베리만 영화제 3월 24일~4월 12일까지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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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영화가 예술이라고는 하지만, 요즘은 그런 향기를 그윽히 풍기는 영화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상업영화 만들기가 자연스런 풍토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가 상업성에 집착한 나머지 관객에게 사색하고 고뇌할 소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영화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이런 현실에서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http://dsartcenter.co.kr)가 마련한 '잉마르 베리만 영화제' (24일~4월 12일)는 거장의 대표작을 다시 본다는 의미 외에 예술영화에 대해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반갑다.

잉마르 베리만은 '북구의 영화철학자' 로 불리는 스웨덴 감독으로 연극 분야에서도 최고로 추앙받는다.

그의 영화세계는 인간 존재에 대한 신학적, 종교적 해답을 찾아가는 긴 여정과 같다.

이런 주제를 통해 영화가 예술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그는 1946년 영화연출을 시작했지만 10여년 후인 57년에야 '제7의 봉인' 이라는 작품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제7의 봉인' 은 14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신의 존재와 인간 구원을 묻는 작품이다.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을 기록한 '산딸기' 도 57년 베니스영화제에 출품돼 그에게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안겨주었다.

이후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페르소나' (63년)를 비롯 여성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한 '외침과 속삭임' (73년)과 '가을과 소나타' (78년)등을 발표하며 거장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일곱 편. '한 여름밤의 미소' (55년) '제7의 봉인' '산딸기' '처녀의 샘' (61년) '어두운 유리를 통해' (62년) '외침과 속삭임' '가을 소나타' 가 그것이다. 이중 여섯 편을 골라 매일 상연한다. 02-766-3390(293)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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