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받고 택배도 … ‘편의’ 챙기는 편의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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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보광훼미리마트의 서울 삼성동 본사에선 매일(일요일 제외) 예비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가 열린다. 전국 21개 지방사무소에서도 마찬가지다.

2시간 가까이 열리는 설명회에는 20~30명 넘는 이들이 몰린다. 올 1~2월 가맹점 상담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GS25도 같은 기간 창업 상담건수가 70% 이상 늘었다.

지난해 편의점 업계 전체 매출은 7조2000억원대. 2008년보다 11%가량 늘었다. 업계는 올해 8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점포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7년 1만1000개 선이던 것이 연말까지 1만5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이 성장세를 지속하는 것은 미혼 가구가 늘고 근거리 소비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물품은 집 근처 편의점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창업비용이 3000만~5000만원(임대료 제외) 정도여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데다, 매장관리나 운영 등과 관련해 본사의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주변 환경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염민선 박사는 “편의점 업계가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기존 점포의 매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새 점포가 문을 열면서 업계 전체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신규 점포를 내면서 점포당 인구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08년 3970명 선이던 편의점 한 곳당 인구는 2010년 3300여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편의점 점포 수가 2만 개에 도달하는 2015년에는 한 곳당 인구가 2500명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포당 매출액도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GS25의 경우 점포당 매출 증가율은 2008년 2.5%에서 2009년 0.8%로 둔화됐다.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2500~3000가지에 달하는데도 실제 매출의 44%가량이 담배 판매에서 나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편의점 업체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주민세와 상수도 요금을 금융회사 대신 받거나 택배 서비스를 하는 곳도 늘고 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공원이나 대학교·고속도로 휴게소 등 종전에 편의점이 없었던 곳에 점포를 내고 있다. 일부 매장은 와인·막걸리 등 주류 중심의 특화점으로 꾸몄다. GS25는 본사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가맹점의 서비스 수준을 점검하는 ‘서비스 에이스’ 제도를 도입했다.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의 증가세에 맞춰 ‘소용량·소규격’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염민선 박사는 “편의점 업계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편의점 선진국인 일본처럼 도시락이나 신선식품 등 제품군을 강화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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