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보험, 과속·신호위반 땐 무조건 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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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자동차 보험료가 더 오를 전망이다. 이번에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가 대상이다.

속도나 신호를 위반하면 범칙금 납부에 관계없이 자동차 보험료를 더 내게 하는 방향으로 보험료 체제가 개편된다. 지금은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범칙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 자동차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다.

8일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런 내용으로 보험료 체제를 개편해 하반기부터 시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은 교통법규 위반으로 범칙금을 낸 사람만 보험료가 할증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예컨대 속도 위반을 했다면 범칙금 납부 고지서가 운전자에게 간다. 이때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범칙금을 내면 그 정보가 경찰청→보험개발원으로 가서 다음해 보험료를 책정할 때 할증이 된다. 하지만 범칙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 이 범칙금이 과태료로 전환된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이렇게 부과된 과태료는 차를 팔거나 폐차할 때 내게 된다.

문제는 과태료를 내면 보험료 할증이 안 된다는 점이다. 과태료를 낸 정보는 경찰청과 보험개발원에 전달되지 않는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종전에는 운전자와 차주가 다를 수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할증하지 않았지만 실제 운전자는 차주이거나 가족이기 때문에 과태료만 내도 보험료를 할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교통단속 카메라에 걸린 속도위반(20㎞ 초과)은 123만 건, 신호위반은 89만 건이다. 이 가운데 범칙금을 내 보험료 할증 대상이 된 것은 각각 2%와 34%에 불과했다. 다만 1년에 한 차례만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보험료를 할증하지 않는다. 대신 속도위반·신호위반·중앙선 침범이 2~3건 적발된 운전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5% 할증한다. 4회 이상 적발되면 보험료 할증률은 10%가 된다. 금감원과 손보협회는 다른 사람의 무단 운전으로 보험료가 할증되는 차주를 막기 위해 이의제기 절차를 둘 방침이다.

금감원과 손보협회는 또 사고가 나면 피해가 큰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뺑소니 사고에 대한 보험료 할증률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무면허 운전과 뺑소니 사고는 적발 횟수에 관계없이 보험료가 20% 할증된다. 음주 운전도 1회 적발 때 10%, 2회 이상 적발 때 20%나 보험료가 할증된다. 아직 할증률을 얼마나 높일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반면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 보험료를 할인해 줄 방침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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