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차단 전국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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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5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금파1리 권수목장. 지난해 3월 국내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했던 이곳은 1년 만에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지난 14일 황사 예보가 나온 후 방목하던 소 13마리와 염소 세마리를 축사 안으로 들여보냈고 근처에 쌓아둔 볏짚과 사료 더미도 모두 비닐로 덮었다. 축사 입구에는 신발 소독용 소독조를 놓았고 축사 주변에는 생석회를 뿌렸다.

이날도 도 축산연구소에서 이달 들어 세번째 방역작업을 나왔지만 주인 김영규(金永圭.49)씨는 그것도 미덥지 않아 목장 진입로에까지 소독약을 뿌렸다. 지난해 15마리의 젖소를 잃었던 金씨는 "소 등에 묻은 먼지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 고 말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구제역 파동이 유럽과 동남아.남미 등 지구촌 곳곳으로 번지자 검역당국과 축산농가들이 초긴장 상태다.

공항과 항만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고 몽골에서 돌고 있는 구제역이 황사를 통해 우리나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 농가 비상=전국 자치단체와 축산농가들은 지난달 초부터 구제역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구제역 청정지역' 인 제주도는 육지에서 생산된 축산물과 부산물의 반입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가축의 방목을 자제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충남도는 최근 1억5천여만원을 들여 방역 차량 다섯대(대당 3천여만원)를 구입했으며, 경기도 파주시는 가능한 전 직원을 동원하다시피 해 예찰반과 현지점검반을 편성해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자치단체들은 방역에 필요한 소독약.생석회 등 약품을 모두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농민들은 구제역이 발생하면 광우병 소동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예방에 사활을 건 태세다.

전북 정읍시 태인면의 이철우(57)씨는 "지난달부터 이틀에 세차례씩 소독하느라 2백만원을 썼다" 고 말했다.

◇ 검역 강화=김포공항에 외국 비행기가 도착하면 검역원들은 탄산나트륨 희석액이 골고루 뿌려진 빨간 카펫을 들고 가장 먼저 뛰어간다.

탑승객들의 발에 묻어 들어올지도 모르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것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서울지원의 박재현 과장은 "과거에는 구제역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 탑승객들만 대상으로 했으나 요즘은 모든 탑승객들을 소독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철호, 파주=전익진 기자

◇ 구제역(口蹄疫)=소.돼지.양.사슴 등 발굽이 두개로 갈라진 동물에 발생하는 제1종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잘 일어서지 못하고 콧등과 입.발굽 등에 물집이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다. 국내에서는 1934년 이후 발생하지 않다가 66년 만인 지난해 3~4월 파주.용인.홍성 등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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