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단막극 '길모퉁이' 가족의 의미 탐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MBC가 창사 4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한 드라마 '길모퉁이' (16일 밤 9시55분)는 치매를 소재로 해 중년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존재와 가족의 의미를 짚은 두 시간짜리 단막극이다. 연기파 배우 고두심이 주인공 우경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치매환자의 고통을 실감나게 전하기 위해 그녀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치매 환자 요양원을 여러 차례 찾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굴절된 면이 많은 가족을 현대의 대표적 가족상으로 설정했다. 원자력연구소 연구원인 남편(정욱)은 부인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두 딸은 각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지낸다. 경희의 의식에는 남편으로부터 십수년동안 인간적.성적으로 소외된 고통이 가득하다. 경희는 그 고통을 자식들에 대한 욕망으로 만회하려 한다.

하지만 두 딸은 일찍 결혼을 하거나 대학에 들어가 엄마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랄뿐이다. 결국 경희는 가족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된다. 소외된 삶은 그녀에게 심장약과 각성제를 먹게 했다. 어느날 그녀는 약물 남용으로 뇌에 산소가 전달되지 않아 생기는 '약물오용 치매' 에 걸린다.

치매가 심해져, 집에 온 시어머니(김용림)에게 "할머니는 누구세요" 라고 물으며 숟가락을 빼앗는가 하면 자살 충동을 느껴 남편의 서재에 불을 지른다.

경희를 요양원에 보낼 것인가, 아니면 집에서 보살필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가족간의 갈등은 현대의 가족이 도대체 어떤 집단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모두 자기의 현실적 필요와 이익만을 내세울 뿐이다.

그러다 막내딸 민영(고호경)부터 변화를 보인다. 그로 인해 다른 가족들도 변해가고, 경희는 자신의 병이 나아야 가족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자발적으로 요양원으로 향한다.

신호균 PD는 "요즘 50대 중년 여성의 치매가 점점 늘고 있다" 며 "치매에 대한 인식과 어머니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환기해 보고자 했다" 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우상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