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컬렉션] 브람스 '교향곡 제4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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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브람스는 자신의 교향곡 제4번 e단조(1885년)을 '왈츠와 폴카'라고 부르곤 했다.

3악장(4/4박자)은 폴카, 4악장(3/4박자)은 왈츠라는 것이다.이 말엔 당시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에 푹 빠져 있던 빈 청중을 비꼬는 감정이 숨어있다.

이 작품에는 유쾌한 춤곡의 분위기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깊이와 비극적 정서가 처음부터 끝까지 흐른다. 4악장은 왈츠가 아니라 파사칼리아(바로크식 변주곡). 바흐의 칸타타 제150번의 피날레 합창'주여, 당신을 갈망하나이다'를 주제로 한 30개의 변주다.

낭만적 서정으로 채색된 고풍스런 음향 건축물이라고나 할까. 낭만주의 시대에도 바로크의 전통이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해 보인 작품이다.

당시 50대에 접어든 브람스는 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등 그리스 비극을 탐독했고 바흐 ·헨델 ·쿠프랑 등 바로크 음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이 곡은 브람스 자신의 지휘로 1885년 마이닝겐 궁정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다. 브람스 특유의 장인정신은 1악장 서두에서 달콤한 선율 대신 3도 음정의 연속만으로 우수(憂愁)를 자아낸다.

R 슈트라우스는 2악장을 가리켜 달빛 아래 고요히 움직이는 장례행렬을 보았고, 한스 폰 뷜로는 4악장에서 바위처럼 단단한 인간 의지를 발견했다. 물론 가장 유명한 것은 폭발적인 에너지로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3악장이다.

1980년 빈 무지크페어라인에서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빈필하모닉의 녹음(DG)은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음향의 흐름 속에 놓치기 쉬운 아름다운 순간들을 돋보이게 한다. 다채로운 표정과 따스함을 곁들인,살아 움직이는 조각같다고나 할까.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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