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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전시관 '전시행정' 비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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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북 군산시가 국비 4억원 등 16억원을 들여 성산면 내흥동 금강 하구둑에 연면적 1백60평의 2층 건물로 지은 소설가 채만식(蔡萬植) 문학관은 완공 석달이 지난 현재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전시자료가 고작 1백40여점에 불과해 전시실과 자료실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집한 전시물도 1970~80년대의 신문 스크랩과 기념행사 안내장 등이 대부분이고 작가의 유품은 배비장전 육필원고와 편지 등 서너점에 불과하다.

민선단체장 시대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출신 유명인사들의 기념관이나 박물관 등 각종 문화시설을 경쟁적으로 건립하고 있으나 외화내빈(外華內貧)을 면치 못해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이 높다.

특히 일부 전시관은 실효성이나 구체적인 운영계획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비와 도비 지원으로 건물부터 지어 지방선거를 겨냥한 '단체장 치적 쌓기용' 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북도의 경우 채만식문학관을 비롯해 보석박물관(익산).판소리박물관(고창).미당(未堂)시문학관(고창).동학혁명기념관(정읍)등 5개의 전시관을 건립 중이다. 관련 예산만 6백여억원에 이른다.

이중 다음달 27일 완공예정인 보석박물관은 95년 보석 수집가 金모(66)씨의 기증 약속 만을 믿고 2백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기증받은 11만여점의 원석과 보석의 품질이 조악해 개관이 불투명한 상태다.

고창군이 35억원을 들여 다음달 완공하는 신재효(申在孝)선생의 판소리박물관은 전시물 수집 예산이 2천여만원에 불과해 과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일 생활권 내 중복 투자도 문제다. 경남 마산시는 인근 창원시에 문화예술회관이 있는데도 총 6백97억원을 들여 새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1백90억원을 들여 이미 6천평의 부지도 샀다.

주민들은 "마산.창원시는 시내버스.택시를 함께 이용하는 동일 생활권인데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새 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 며 예산 낭비성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창원시가 8백18억원을 들여 지은 성산아트홀의 이용률도 연간 70여일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 황토현문화연구소 신정일(辛正一)소장은 "기념관이나 박물관은 관람객을 유인할 내용물을 어떻게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며 "전시물 확보와 운영계획을 철저히 따져 국고와 도비 보조를 결정해야 남발을 막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장대석.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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