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둘러싼 건달쟁투 그린 '스내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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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해 말 열살 연상의 팝가수 마돈나와 결혼해 화제가 됐던 영국 감독 가이 리치의 신작이다.

1998년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 한 편으로 세계의 젊은이를 열광시켰던 그가 전작과 유사한 화면.내용으로 또 다시 영상세대의 눈과 귀를 현혹시킨다.

'록 스탁…' 이 런던을 배경으로 한탕을 노리는 젊은이의 좌충우돌을 경쾌하게 그려냈다면 '스내치' 는 런던.앤트워프(네덜란드).뉴욕 등을 오가며 대형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여러 일당들의 쟁탈전을 긴박하게 담아냈다.

주로 런던의 건달들이 등장하는 '록 스탁…' 과 달리 '스내치' 에선 백인.흑인.러시아인.집시 등이 뒤죽박죽 엉킨다. '록 스탁…' 에 비해 무대.인물 등이 확장한 모양새다.

반면 영상 연출에선 큰 차이가 없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장면전환, 전후좌우 자유롭게 움직이는 카메라, 정지 화면과 빠른 화면의 교차 등등.

여기에 인정 사정이라곤 전혀 없는 런던의 폭력조직, 얼치기 좀도둑들, 주먹실력 하나만은 최고인 집시 등이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황당무계한 에피소드와 엽기적 화면이 맞물리면서 제법 완성도 있는 오락영화를 완성시켰다.

리듬 앤 블루스부터 테크노까지 쉴 새 없이 흐르는 다양한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를 돋운다.

결론적으로 작품의 메시지나 서정적 영상보다 자유분방한 화면이나 신속한 내용 전개를 선호하는 신세대의 취향에 맞는 영화다. 영국인도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를 내뱉는 집시역의 브래드 피트, '트래픽' 에서 멕시코 경찰로 호연했던 베네치오 델 토로 등 여러 배우들의 호흡도 좋다.

런던 뒷골목의 불법 내기권투 장면 등 볼거리도 푸짐한 편이다. 17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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