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판 체 게바라 마르코스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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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멕시코시티 중심가인 소칼로 광장은 11일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의 마르코스(43)부사령관이 이날 20만 환영인파의 갈채 속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3천㎞에 걸친 평화행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이번 행진은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원주민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파티스타 반군의 의지를 보인 것" 이라고 기세를 올렸다.

세계 언론은 마르코스가 이번 행진을 통해 탈 냉전시대 자본주의의 세계적인 지배에 도전하는 반란의 상징으로서 우뚝섰다고 전했다.

그는 멕시코 원주민인 인디오들의 권익신장과 빈부격차 해소 등을 요구하며 1994년 1월1일부터 남부 치아파스를 중심으로 7년간 무장봉기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현재 멕시코는 마르코스 열풍에 휩싸여 있다. 대학가는 물론이고 시내 중심가에서는 마르코스를 그린 티셔츠.사진.책 등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설적인 혁명가인 체 게바라 이후 처음이다.

마르코스는 96년 여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미망인 다니엘 미테랑 여사가 직접 사파티스타의 밀림 속 본부를 찾아가 만난 뒤 '21세기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남자' 라고 평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그는 항상 검은색 복면차림으로 베일에 싸여 있었다.

멕시코 경찰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그의 본명은 라파엘 세바스티안 기엔 비센테로 멕시코 북부 탐피코 시의 가구상 집안에서 태어났다. 멕시코 국립자치대(UNAM)에서 철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랑스의 소르본대에 유학했다. 마르코스란 가명은 죄없이 군검문소에서 목숨을 잃은 한 친구의 이름에서 따온 것.

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문장력이 뛰어난 인텔리 혁명가이면서도 카리스마가 있고 번번이 체포의 위험을 뚫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신비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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