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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 불상파괴 행위 놓고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과도 관계가 깊은 세계 최대 높이(53m)의 입석 불상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석불이 완전 파괴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탈레반의 불상 파괴 행위를 놓고 이슬람 내부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내 모든 불상을 파괴하라고 지시한 탈레반의 극단적인 행동에 대한 이슬람권의 반응은 아프가니스탄 내 극단적 원리주의자들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비판적이다.

탈레반의 와킬 아흐메드 무타와킬 외무장관은 "이슬람 계율에 따라 모든 조각상은 파괴돼야 하므로 이번 불상 파괴령은 옳은 행동"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란과 '수나' (이슬람의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언행을 바탕으로 한 이슬람교 구전)를 철저하게 지키는 이슬람 수니파 계통의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의 일부도 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외부는 대체적으로 탈레반을 비난하고 있다.

이집트.터키.말레이시아 등 대다수의 이슬람 국가는 물론 탈레반을 유일하게 국가로 승인한 파키스탄조차 "코란(이슬람 경전)은 다른 신앙도 수용하고 존중하도록 권하고 있다" 며 탈레반의 행위를 이슬람에 반하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지만 불교 사원을 적극 보호하고 있으며 이집트도 이슬람화 이전의 피라미드.스핑크스 등 고대 유적을 보존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행위가 가뜩이나 서방사회에 폭력적이고 획일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탈레반의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바미안 유적에 대한 반달리즘과 비슷한 문명사적 야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2년 과격 힌두교도들이 인도 북부 아요드야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16세기 건축)을 파괴해 이슬람 사회의 강한 반발을 샀고 마오쩌둥(毛澤東)이 일으킨 문화대혁명(1966~76)기간엔 유교와 티베트 불교 문화의 파괴 행위가 벌어졌다.

한편 마쓰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은 13일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의 고대 석불들을 이미 파괴했음을 피에르 라프랑스 유네스코 특사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쓰우라는 석불 파괴에 대해 "문화에 대한 범죄 행위" 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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