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출혈 경쟁 불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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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유업계가 무한 가격경쟁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LG.현대정유 등은 지난 2, 3월 국제유가와 환율인상 등으로 석유제품 가격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2월에도 기름값을 올리지 않았던 S-Oil은 현재 가격 수준이 '적정하다' 며 가격 동결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쌍용.타이거 오일이 국제석유시장에서 싼 값에 석유류를 수입.판매하는데 이어 삼성물산.코오롱도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석유류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석유제품 가격조정과 관련, SK.LG.현대정유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석유류 가격에 ℓ당 평균 50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했으나 가격을 올리지 못해 하루 15억원 정도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유사들은 그동안 국제유가.환율 변동폭에 따라 한 정유사가 가격을 조정하면 다른 정유사들도 거의 일제히 이를 따라가는 방법으로 제품 가격을 조정해 왔다.

그러나 지난 2월 SK㈜가 휘발유 가격을 ℓ당 30원 올린 직후 S-Oil이 가격 동결을 발표하자 SK㈜는 이를 다시 환원했다. 정유사들은 3월에도 서로 경쟁사 눈치를 보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S-Oil은 "그동안 시설을 고도화해 제조원가를 낮췄고, 수출물량이 많아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적정한 가격을 유지한다" 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휘발유 시장 점유율 37~38%인 SK㈜ 등은 "환율 등 가격인상 요인을 반영하지 못하면 출혈경쟁이 빚어져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고 말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S-Oil이 독자적 가격정책을 펼치는 데다 석유류 수입업체들이 무폴 주유소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석유류를 공급하고 있어 가격 경쟁이 거세질 것" 이라며 "앞으로 정유사의 원가 인하와 서비스 개선이 더욱 중요해질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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