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의 북한문화산책] 14. 문화재 보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봄이 왔다. 해빙기가 되면 집이나 축대만 무너지는 게 아니다. 문화유산도 마찬가지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성곽이 주저앉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북한의 문화유산은 어떨까.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언론들은 지난해 개성 영통사 복원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적이 있다. 영통사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절이나, 고려시대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의 비가 있는 유서깊은 천태종의 발원처다.

북한이 한국전쟁 때 타버린 이 절을 사찰 건축기술을 구현해 복원한 것이다. 영통사 사례는 북한의 문화유산 보존책을 잘 설명해준다.

북한은 '문화유물 보호법' 에 따라 매년 4월과 11월을 '문화유적 애호월간' 으로 정해 보존관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도 평양 을밀대를 비롯한 영화사.청류정 등을 보수했다.

북한의 문화유산 보존실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다만 개발과 보존의 대립이라는 면에선 북쪽도 예외가 아니다. 개발이 빨라지면 그만큼 훼손도 빨라지는 게 문화유산이다.

북한에서는 문화유물이 국보.준국보.일반으로 구분되고 국가만 이를 소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발굴도 문화유물 보존기관과 해당 전문기관만이 할 수 있다. 또한 역사유적 보존구역을 설정하거나, 손상될 수 있는 진귀한 역사유물은 모조품을 만들어 전시한다는 원칙 등이 실행되고 있다.

영통사 복원에서 확인되듯이 북한의 문화재 복원기술은 만만치 않다. 복원.관리하는 경험을 50년 이상 축적해서 그런지 고구려 사찰인 정릉사에 이어 1990년 이후 평양의 광법사와 평안남도의 안국사 등이 재건됐다.

때문에 남북이 쉽게 공동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문화재 복원기술의 교류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단청.대목장을 비롯한 분야에서 교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일은 북한의 복원기술에서 원자재 부족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단청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 페인트로 바른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모든 단청을 페인트로 대체한 것은 아니겠지만, 단청 대신 페인트를 사용했다는 대목이 마음에 걸린다.

민족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고구려 고분벽화의 훼손문제는 특히 깊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남쪽 학계에서 개성공단 조성에 앞서 유적 공동발굴을 제안했듯이 남북이 각각의 장기를 갖고 협력해야 한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으로 문화유산을 지켜나가는 '통일민족문화전선' 을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주강현 <우리민속문화연구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