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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 환영받는 희한한 멕시코 반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멕시코 치아파스주 반군인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이 3천㎞에 걸친 비무장평화장정을 끝내고 10일 수도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반군지도자 마르코스 부사령관이 이끄는 수백명의 평화행진단은 버스편으로 이날 멕시코시티 교외에 도착, 비센테 폭스 대통령과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반군 일행은 도착 즉시 성명을 통해 "멕시코시티 방문은 우리가 이제 무력이 아닌 정치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선언했다.

이날 취임 1백일을 맞은 폭스 대통령은 "마르코스 부사령관과 EZLN의 멕시코 방문을 환영한다" 면서 "멕시코 국민들이 열망해 오던 평화회담이 사실상 시작됐다" 고 강조했다.

반군의 이번 평화행진은 1914년 멕시코 농민혁명가인 에밀리아노 사파타의 행진을 본뜬 것이다. 당시 포르피리오 디아스 독재정권에 반기를 든 사파타는 원주민과 농민.노동자를 중심으로 멕시코 남부에서 혁명을 일으켜 멕시코시티까지 행진을 벌였었다.

이번 평화행진에는 마르코스 부사령관을 비롯해 23명의 반군지도자와 전국 원주민협의회 회원들이 비무장으로 정부측 군과 경찰 수천명의 호위를 받으며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치아파스주의 산 크리스토발에서 2만5천여명의 반군과 동조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출정식을 갖고 오악사카.푸에블라 등 12개주를 돌며 인디언 인권법 제정을 요구해 왔다.

특히 항상 스키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온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그동안 멕시코뿐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세계 민중투쟁의 상징적 인물로 부각돼 일거수일투족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는 전설적인 게릴라인 체 게바라에 필적하는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발휘해 편지.에세이 등을 통해 수많은 지지자를 확보해 왔고 이번 행진이 끝나면 복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내겠다고 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폭스 대통령 정부는 치아파스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고 반군을 풀어주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으나 아직 의회는 인디오의 인권을 보장한 1996년 산 안드레스 협정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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