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로 본 '공무원 3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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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 근에 1백원 하던 돼지고기는 4천원으로 40배, 쌀은 가마당 3천원에서 16만원으로 53배, 자장면 한 그릇은 25원에서 3천원으로 1백20배. 1964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온 이상근(李相根.65.전북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씨의 가계부에 나타난 지난 38년간의 물가 변동 상황이다.

64년 농촌지도소 말단직(지도직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李씨의 당시 월급은 쌀 한 가마 값을 조금 넘는 3천3백85원. 李씨는 97년 지도직 6급으로 정년퇴직했다.

현재 6급 공무원의 월급은 1백60만원으로 3단계 승진한 하급 공무원의 경우 38년 동안 월급이 주요 물가 상승률의 수배인 4백72배로 늘어났다. 경제성장 덕에 실질 구매력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李씨가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장수군 농촌지도소에 발령을 받은 28세 때. 첫 월급에서 일부를 고향 집에 떼어 주고 생활하려니 너무나 빠듯했다. '한푼이라도 낭비하면 안되겠다' 는 생각에서 가계부를 썼다. 60, 70년대에는 1원짜리 하나까지, 현재는 5원.10원짜리까지 수입.지출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또 자녀 출생을 비롯한 집안 애경사와 동네 행사.농사일 등도 함께 적었다.

이 때문에 직장이나 동네에서 과거 일의 시기를 놓고 옥신각신할 때면 그의 가계부가 해답을 찾아주곤 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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