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인대] 1. 불붙은 세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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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제 4차 회의 개막(http://www.xinhuanet.com/lianghui/lhhx.htm)에 즈음해 중국은 인사 태풍에 휩싸여 있다. 중국의 당 지도부를 확정짓는 2002년 10월의 제16차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10월부터 인사가 본격화됐다.

전례 없는 대거 인사여서 사람이 바뀐 장관급자리가 10여개나 된다. 앞으로 30여개 자리가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중국 정가 소식통들은 전한다. 이 물갈이는 16차 당대회 후계구도 개편을 위한 포석이다.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연경화(年輕化)▶제4세대 지도자로 자리를 굳힌 후진타오(胡錦濤)국가 부주석 중심 체제 강화다.

胡부주석 중심체제 강화는 胡의 세력 기반인 중국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출신 3인방의 약진을 통해 두드러진다.

胡와 칭화(淸華)대 동창이면서 공청단 서기 출신인 장푸썬(張福森)이 가오창리(高昌禮)를 밀어내고 지난해 12월 사법부장에 올랐고 역시 공청단 출신으로 胡와 밀접한 장쉐중(張學忠)도 같은 날 인사부장에 발탁됐다. 또 공청단에서 胡부주석과 함께 근무했던 쑹더푸(宋德福)는 요직인 푸젠(福建)성 당서기를 맡았다.

이밖에 통일전선공작부 부부장 류옌둥(劉延東), 장쑤(江蘇)성 당 부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 대외우호협회 부회장 천하오쑤(陳昊蘇)도 모두 胡와 가까운 공청단 출신이다.

홍콩의 시사월간지 '개방' (開放)은 이와 관련, 3월호에서 장쩌민(江澤民) 당 총서기 겸 주석이 올 가을 총서기직을 胡에게 물려줄 것으로 내다봤다.

연경화도 대세다. 지난달 28일 퇴진한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성화런(盛華仁)주임과 과학기술부 주리란(朱麗蘭)부장은 연경화의 대표적 희생사례다. 이들은 장관 정년 65세를 넘겼다는 이유로 퇴진했고 대신 리룽룽(李榮融.56)과 쉬관화(徐冠華.59)가 발탁됐다.

이밖에 지난달 24일 랴오닝(遼寧)성장에 오른 보시라이(薄熙來), 그 이전에 후베이(湖北)성장이 된 장궈광(張國光) 등도 모두 연경화의 흐름을 탔다. 지난 1월에 단행된 간쑤(甘肅).구이저우(貴州)성 당서기와 성장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40년대 출생자들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42년생인 胡부주석을 주축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 구성을 위해서다.

胡를 떠받치는 3인방도, 장래가 촉망되는 보시라이도 40년대생이다. 또 광둥(廣東)성 부성장에서 지난해말 국무원 경제체제개혁판공실 주임으로 승진한 왕치산(王岐山)은 48년생이다.

제4세대 지도부 구성과 관련, 70세 이상은 곤란하다는 江주석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미국 유학파 등 국제적 안목이 있는 인물들의 중용도 두드러진다.

江주석의 아들로 중국과학원 부원장인 장진헝(江綿恒),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 가오시칭(高西慶), 국무원대만판공실 부주임 저우밍웨이(周明偉) 등은 미국 유학파들이다.

이번 전인대는 이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피를 뽑아 공산당과 정부에 공급한다. 과연 어떤 인물들이 등장할 지 세계가 전인대를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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