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윈도] 'NMD 방정식' 한국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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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는 6일 미국에 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만나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에 대해 과연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가 워싱턴 외교가에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앞서 金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서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성명을 통해 탄도탄 요격미사일(ABM)협정이 준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형식상으론 ABM에 대한 언급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잘 따져보면 NMD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 NMD를 강행하려면 먼저 1972년에 러시아와 맺은 ABM협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러 정상회담 성명이 나오자 뉴욕타임스 등은 "한국이 러시아편을 든다" 고 보도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현재 NMD에 대한 입장을 검토 중" 이라고만 밝혔다.

미 국무부 역시 "한.러 성명에 NMD 반대언급이 없었다" 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은 金대통령에게 넘어가 있는 셈이다.

부시 대통령으로선 NMD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공식 표명한 바 있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하지만 미국의 NMD강행 명분은 "북한 등 불량국가들(rogue states)로부터의 공격을 막는다" 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 화해를 이루려는 金대통령으로선 입장이 곤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 역시 NMD를 강력히 반대하는데 북한을 개방시키려면 金대통령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다.

이 때문에 한국이 내놓을 해법은 결국 '토니 블레어식' 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고위 소식통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의 맹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영국과 한국은 비슷한 처지" 라며 "NMD처럼 민감한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은 블레어식도 하나의 묘안" 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미국을 방문한 블레어 총리는 워싱턴 근교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2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NMD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동의를 내놓지 않았다.

블레어는 "대화를 환영한다" 는 외교적인 언사만 구사했다. 그는 "대량 학살무기와 핵 확산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우려에 공감한다" 고 말하고 "이 위협에 대처하는 모든 방법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는 우회적인 화법을 동원했다.

부시 대통령도 블레어 총리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 그를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부시는 기자들에게 "(위협에 대처하는 데)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지 블레어 총리에게 아직 설명하지 않았다" 며 블레어 총리를 방어했다. 김대중 - 부시간엔 어떤 묘수가 나올지 주목된다.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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