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대화' 이모저모]"답방시기 나도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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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저녁 2년 만에 열린 '국민과의 대화' 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민생.경제문제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3개 TV로 생중계된 행사는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3백여명의 방청객이 참석한 가운데 소설가 김주영씨와 아나운서 이규원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전문 패널인 김광두 서강대 교수.김연명 중앙대 교수와 각계 대표 여덟명, 방청객 세명의 질문이 있었다.

초반 경제분야 질문이 전문적 내용이어서 다소 지루한 분위기였으나 교육분야로 접어들면서 긴장감이 살아났다는 게 여권 내부의 평가다.

"좋은 만남이었다는 생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고 시작한 金대통령은 "당장의 인기보다 시대적 소명을 갖고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마무리했다.

◇ "사교육비 때문에 캐나다로 이민간다" 〓金대통령은 "농촌.중소기업.교육문제에 대한 비판도 상당히 있고 부정부패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며 "이런 점을 겸허히 받아들여 미비하고 잘못된 점은 과감히 시정해 나가야 한다" 고 밝혔다.

金대통령은 "사교육 때문에 캐나다로 이민가기로 했다" 는 방청객의 질문에 " '교육이민' 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안타깝고 걱정이 많다" 고 위로했다. 이어 "초등학교는 일류고, 중.고교는 중류고, 대학교는 하류라는 말도 있다" 며 지식정보 강국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문화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수천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영화 '쉬리' 가 1백만달러를 받지 않았느냐. '공동경비구역 JSA' 는 2백만달러, 도마를 두드리는 '난타' 공연도 그렇다" 고 강조했다.

정치분야와 관련해 "정치에 대한 환멸이 널리 퍼져 TV에서 정치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는 얘기가 있다" 는 질문이 나오자 金대통령은 "나도 그런 얘기를 듣고 있다" 고 답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방청객으로 나온 주부 윤연님씨는 "도시가스 요금이 1년 동안 25%나 올라 긴팔 입고 살았어도 요금이 더 나왔다" 며 영수증을 내보였다. 이에 金대통령은 "물가 억제를 위해 정부도 노력하고 있으며 기업도 좋고 싼 물건을 공급할 수 있게 개혁을 해나가야 할 것" 이라고 답변했다.

◇ "경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사회자인 김주영씨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국민들에게도 알려달라" 고 묻자 金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나도 알고 싶다" 고 해 방청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김우중 대우 회장의 해외도피에 대해 金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해 어디에 있는지 정부도 모른다. 소재파악 중이다. 절대로 적당히 넘어가지 않을 것" 이라고 답변했다.

의약분업에 대해선 "나도 한때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가졌다. 사전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을 국민에게 사과드린다" 면서 "그러나 언젠가 누군가 해야 하는 일" 이라고 말했다.

마무리말에서 金대통령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 루커스 교수의 '경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된다' 는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는 반드시 21세기 세계 일류국가가 될 잠재력이 있다" 며 낙관론을 펼쳤다.

이양수.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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