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NMD 일단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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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러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 조약의 보존' 이라는 항목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구상에 반대한 것이 아니냐" 는 해석 때문에 빚어진 논란은 미 국무부가 1일 "그것은 아니다" 고 말해 일단 정리됐다.

'한.러가 손잡고 미국에 반대한다' 는 식의 의구심은 일단 해소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NMD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NMD에 관한 정부 입장은 한마디로 '미국의 요구가 없는데 입장을 서둘러 정할 필요가 뭐 있느냐' 는 것이다. 어정쩡하긴 하지만 '때가 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상책' 이라는 뜻이다.

정부 당국자는 1일 "이 문제는 남북한 및 한.미관계가 걸린 매우 중요한 문제" 라면서 "NMD에 찬성하면 북한이 걸리고 반대하면 미국이 걸리기 때문에 '의도적인 모호함' 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박사는 "NMD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만큼 이를 강행하면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한반도 안정과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 이라면서 "미국이 NMD 강행 명분의 하나로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정부로선 난제" 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정부로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회담에서 앞서 "NMD가 이렇다 저렇다" 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면 어떤 식으로든 대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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