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공짜 클릭은 사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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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인터넷에 유료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유료화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으로 영화·만화·게임 등 대중문화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불과 1년 전만 해도 인터넷 사이트를 평가할 때 회원이 몇 명인지를 먼저 살폈다.하지만 이제는 유료 회원이 몇 명인지,유료 서비스로 수익을 얼마나 올리고 있는지가 중요 기준이 되고 있다.

단순한 광고 수익만으로는 성장은 커녕 현상 유지조차 힘들어지면서 네티즌에게 친근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가장 먼저 유료화 아이템으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 무삭제판 내세워 네티즌 유혹

◇영화=인티즌(http://www.intizen.com) ·하나넷(http://www.hananet.com)등 대형 포털 사이트들은 영화를 유료 서비스 콘텐츠의 대표주자로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 영화 한 편당 1천원을 받고,한번 결재하면 24시간 이내에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결재의 편의를 위해 신용카드 결재는 물론 최근엔 휴대폰 요금에 통합돼 부과되는 휴대폰 결재 방식도 도입되고 있다.모니터 화면이 답답하긴 하지만 원하는 영화를 언제든지 즉석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직까지는 작품 선택의 폭이 별로 넓지 않다.

성적 흥미를 유발하는 영화들이 주요 메뉴다. 2일 현재 한 유명 사이트가 상영중인 영화 가운데는 ‘감각의 제국’ ‘열정의 제국’ ‘칼리큘라’ ‘옥보단3’ ‘로리타’ ‘청춘’ 등 성애 장면이 화제가 됐던 영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료 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은 ‘완전 무삭제판’ ‘노컷’등을 선전 문구로 내세워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

*** 청소년 성인물 노출 우려

◇만화=온라인 만화사이트들의 유료화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코리아닷컴(http://www.korea.com) ·인티즌 등 대형 포털들은 물론 N4(http://www.n4.co.kr).이코믹스(http://www.ecomix.co.kr). 코믹플러스 등 만화 전문 인터넷 사이트들도 지난해 말부터 일제히 유료서비스를 시작했다.

대부분 하루 1천∼1천5백원,혹은 한달에 1만원 정도를 받는다.역시 핸드폰 결재 등 결재 방식이 다양하다.

이 사이트들은 모두 19세 미만 구독 불가인 성인만화 외에 청소년도 볼 수 있는 다양한 만화들을 공급하고 있지만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역시 성인만화다.

회원의 60∼70%를 차지하는 20대 이상 성인 회원들이 만화 대여점에서 빌려보기 쑥스러운 성인 만화를 인터넷으로 즐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청소년들이 쉽게 성인물에 노출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원(http://www.candy33.co.kr).서울문화사(http://www.imcomix.com) 등 기존 오프라인의 대형 출판사들도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 리니지 완전히 자리 잡아

◇게임=인터넷 게임 서비스의 유료화는 이제 보편화됐다.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유료회원이 1천만명에 육박하고 있다.CCR의 ‘블루 포트리스’,넥슨의 ‘바람의 나라’등도 유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모으고 있다.

13만명 이상이 항상 동시 접속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사이트인

한게임(http://www.hangame.com)도 이달부터 부분적으로 유료화를 시작했다.

기존의 무료게임 외에 1백∼6백원의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는 ‘한게임 아이템’,월4천원의 정액 회원제인 ‘한게임 플러스’를 추가했다.한게임은 정액 회원들의 경우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게임도 즐길 수 있도록해 유료화를 유도하고 있다.

한게임측은 “회원의 1%만 유료화하는 데 성공해도 연간 1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 냅스터.소리바다의 시련

◇음악=지난달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냅스터(http://www.napster.com)의 MP3 무료 다운로드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뒤 국내에서도 소리바다(http://www.soribada.com)등 냅스터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유료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리바다 ·음반협회 ·저작권협회 등이 유료화 모델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어 서비스를 유료화한 뒤 그 수익금을 서비스업체와 음반협회 ·음악저작권협회등이 나눠갖는 방식이 유력하다.

그러나 음반협회와 저작권협회가 서로 협상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다 상당수 네티즌들이 유효화에 반감을 표시하고 있어 유료화 결정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 콘텐츠 유통시장 3천억원

◇콘텐츠 중계업 급부상=콘텐츠 유료화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콘텐츠를 발굴 ·가공해 포털사이트 등에 공급하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업이 유망 인터넷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들어 10여개 업체가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해 국내 시장 규모가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콘텐츠 중계업체들은 각자 수십여개의 콘텐츠 제작업체(CP)와 손잡고 패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를 포털 및 통신망 사업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 콘텐츠의 질과 양이 문제

◇전망=대중문화 콘텐츠를 앞세운 인터넷 사이트의 유료화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무엇보다 네티즌들이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을 굳게 가지고 있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발행되는 잡지 심마니라이프가 지난 연말 네티즌 2만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유료화와 관련해 벌인 설문 조사(복수응답 허용) 결과 응답자의 54.6%가 ‘인터넷은 무료로 써야 한다’고 답했다.

또 57.7%는 ‘가벼운 콘텐츠는 공짜로 쓰고,고급 정보만 돈을 내야 한다’는 반응을 보여 유료화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줬다.

유료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인 인티즌의 경우 유료서비스를 통해 지난달 올린 매출이 4천여만원.이 가운데 80%를 영화 ·만화 등 콘텐츠 서비스가 차지한다. 나머지는 이메일 ·홈페이지 유료 서비스를 통한 수익이다.

인티즌은 오는 5월까지 현재의 다섯 배, 9월까지 열 배로 유료서비스에 따른 매출액을 증가시킨다는 목표다.

김진우 부사장은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풍부하고 충실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충,네티즌들의 이용을 꾸준히 유도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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