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분야 개혁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정부가 기업.금융.공공.노동 등 4개 분야의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던 2월말 시한이 다가왔다. 정부는 26일 채권은행을 통해 현대건설 처리 방침을 밝히고, 정부주도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선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막판 점수따기에 열중이다.

정부는 기업.금융 부문에선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노동 부문은 상대적으로 자신이 없는 눈치다.

개혁은 시한을 정한 채 추진할 일이 아닌데 정부가 너무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진념 경제부총리는 최근 "개혁이라는 게 칼로 무 자르듯 딱 잘라 끝낼 수는 없지 않으냐" 며 "2월말 시한을 정한 것은 느슨해지는 개혁 분위기를 다시 살리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 고 밝혔다.

그는 또 노동.공공 부문의 개혁이 상대적으로 미진했음을 인정하면서 "특히 공기업의 인사 개혁은 정말 어렵다" 고 털어놓았다.

국민의 정부는 그동안 "(시한을 언급하며)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면 경제가 좋아질 것" 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홍콩 골드먼삭스의 김선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2차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빚을 줄였지만 절대 부채 규모는 아직 크게 줄지 않았다" 면서 "정부가 3월부터 추진할 과제는 그전과 마찬가지로 회생 불가능한 기업을 퇴출시키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구조 개혁과 관련, 상시퇴출 시스템을 만들고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를 도입하는 등 개선된 면이 있지만 ▶대우차 매각▶현대건설.현대전자.현대투신 처리 문제 등이 여전히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 부문의 개혁에 좀더 박차를 가해달라는 주문이 많다. 정부는 합병에 반대한 국민.주택은행 노조 문제 등을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는 기업주에 대한 처벌과 단위사업장의 복수노조 허용을 5년 뒤로 미룬 것은 개혁 의지의 후퇴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김준일 선임 연구위원은 "가시적인 노동계의 반발은 크지 않았더라도 노동계의 움직임이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 정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 이라며 "구조조정에는 고용조정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선 노동시장이 좀더 유연해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3월 이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정부의 경기 조절 정책이 중요하다. 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구조조정만 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도 곤란하다" 면서 "지금은 재정정책을 활용해 구조조정과 적절한 경기부양책을 함께 쓸 때" 라고 주장했다.

송상훈.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