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선행지수 상승세 꺾일까 숨죽인 증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증시가 요즘 경기선행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1년여간의 상승세가 마무리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르면 3일 발표될 1월치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물론 경기의 큰 방향이 움직일 것으로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오르막 뒤 내리막이 있듯 큰 상승 흐름 속의 작은 순환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다만 경기라는 내부 동력까지 약해질 경우 증시가 외부 악재에 더 민감하게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점 가까워진 경기선행지수=지금껏 경기선행지수가 꺾일 때 주가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다. 선행지수가 방향을 틀면 그때마다 주가도 방향을 틀었다. 주가지수는 소비자기대지수, 건설수주액, 장단기 금리차 등과 함께 경기선행지수를 산출하는 10가지 지표 중 하나다.

경기선행지수는 2008년 12월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회복세가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에는 선행지수의 전년 같은 달 대비 상승률(전년 동월비)이 매월 2~3%포인트씩 높아졌다. 하지만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보폭을 줄였고 지난해 12월에는 전년 동월비가 전달보다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추세라면 늦어도 1분기 내에는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물론 1월치가 꺾이더라도 당장 경기가 후퇴하는 건 아니다. 몇 달간은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지수의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카드대란 때의 수준과 비슷하며 이대로 상승을 지속하는 게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속도 조절 수준일 것”=시장은 일찌감치 선행지수의 하락을 예상해 왔다. 관심의 초점은 하락 자체보다는 하락하는 기간이 얼마나 길지, 또 얼마나 큰 폭으로 떨어질지다. 지금으로선 ‘속도 조절’ 수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속도는 다소 늦추겠지만 다시 침체로 빠지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2000년대 이후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던 시기는 모두 다섯 차례였다. 그중 심각했던 건 세 차례였다. IT 버블 붕괴와 카드대란, 그리고 금융위기 때였다. IT 버블 붕괴 때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16개월간 하락했고, 그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도 46.2% 떨어졌다. 또 금융위기가 가시화되던 2007년 11월부터는 13개월간 선행지수가 하락했고, 코스피지수는 41%가 빠졌다. 반면 2004, 2006년에는 하락 기간도 짧고, 주가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급작스러운 위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경기순환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도 초기에는 시장이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툭툭 털고 일어났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하락기는 2006년과 비슷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시장도 내성을 키워온 만큼 당장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이르면 7~8월, 혹은 4분기부터는 경기선행지수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이다.

바람이 완전히 그치기 전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경기의 재상승을 다시 알릴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정책 효과로 만들어낸 경기 상승 기조를 민간이 바통을 이어받아 자생적으로 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외부 충격도 걱정거리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둔화될 때 시장은 악재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경기 모멘텀의 약화가 외부 악재와 맞물려 주가 상승을 끊임없이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바로잡습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전년 같은 달 대비 증감률이 아니라 전년 같은 달과 이전 5개월, 이후 6개월치의 평균(12개월 이동평균치)에 대한 증감률이기에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