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주총 목소리'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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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이익을 지키려는 기관투자가의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투신.보험.연기금 등 기관들은 올해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한 기업이나 대주주와 부당 내부거래 혐의가 있는 기업, 주식가치를 떨어뜨리는 대규모 스톡옵션 부여와 전환사채(CB)발행 기업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움직임이다.

기관들은 오는 3월 중순부터 본격화할 주총에 대비해 문제 있는 기업의 명단작성에 들어갔으며, 지분이 0.5~1%를 넘는 기업들은 원칙적으로 주총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투자지분이 적은 기업에 대해선 기관들이 연대해 권리를 행사하려 들고 있다. 그동안 기관들이 주요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주총에서 중립적 투표(섀도 보팅)로 수동적 자세를 보여온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한국투신운용 윤성일 주식운용부장은 "이번에 1백여개 기업의 주총에 참석할 계획" 이라며 "실적이 나쁘거나 대주주의 부당 내부거래 등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선 대한투신운용과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투신은 지난해 원화가치 하락으로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한항공.SK 등과 계열사 지원규모가 큰 제일제당 등의 재무제표와 주총 안건 등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현대투신운용은 발행주식의 0.5% 이상 지분을 보유한 1백7개 기업의 주총에 원칙적으로 참석하고, 삼성전자 등 지분율이 5%를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높은 배당을 요구할 방침이다.

현대투신 백승삼 운용부본부장은 "대주주와 부당한 주식거래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 철저히 따지겠다" 면서 "안정적인 배당이 가능하도록 기업들의 배당성향 공개를 요구하겠다" 고 말했다.

투신사뿐 아니라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대한투신운용 조성상 사장은 "기관들이 자산운용사의 책임을 다하려면 주주의 이익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필수적" 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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