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과서 왜곡문제, 중국도 외교대응 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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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조용히 접근한다는 기조를 버리고 적극 대응키로 한 것은 사태가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의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통한 과거사 왜곡 문제는 과거와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 일본 우익들의 후원이 조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면서 "이 때문에 이 교과서 수정본의 검정 통과 가능성을 크게 본다" 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1980년대 등에는 과거사 왜곡 교과서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문부성의 1차 검정에서 수정지시가 내려지면 포기하는 것이 관례였다" 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2백여개항의 수정지시가 떨어졌는데도 자구 일부만 고친 채 본질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재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 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인근 국가와의 관계를 고려치 않은 교과서 검정은 문제가 있다" 는 의사를 동료 검정위원들에게 전달한 문부성의 검정위원이 자민당 등에서 파면압력을 받더니 전격 경질된 것도 달라진 분위기라고 정부 당국자는 전한다.

자민당 지방조직 등이 중심이 돼 이 교과서 채택 청원운동을 벌여 일본 지방의회 15곳이 수용한 것도 과거와 달리 이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외교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취임 이후 잠잠해진 '반일(反日)감정' 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는 등 한.일관계가 냉각될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전망이다.

또 그동안 적극적으로 일본에 교과서 검정기준인 '근린제국(近隣諸國)조항(국제이해와 국제협조 차원에서 필요한 배려를 한다)' 준수를 요구해온 중국도 전면적 외교공세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동북아 외교지도에 난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 중학교 교과서가 통과되면 앞으로 고등학교 교과서도 역사왜곡이 '무사 통과'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정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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