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김연아와 아사다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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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김연아 선수가 누구도 넘보지 못할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명실상부하게 그녀는 대한민국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다.

피겨스케이팅 본선이 있기 전 많은 사람들은 김연아의 가장 큰 적은 아사다 마오나 안도미키가 아니라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이 주는 부담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러한 우려를 보란 듯이 불식시키고 우승하였다. 대부분의 일류선수들이 자신을 옥죄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곤 하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가 된다. 그렇다면 김연아가 정작 본 시합에서 자신의 기량을 200%이상 발휘할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는 그녀의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발군의 능력을 꼽고 싶다. 자세히 살펴보면 김연아의 스트레스 대응능력은 철저하게 교과서적인 정석을 따르고 있다.

첫째, 김연아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였다. 쓸데없이 외부의 시선에 끌려다니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20일 밴쿠버에 도착한 아사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스스럼없이 답하였다.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을 집중 연습했다고 털어놓으며 묻지도 않았는데 쇼트에서 한 차례, 프리에서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반복 훈련했다고 밝혔다. 공식 기자회견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언론에 대한 구애공세도 폈다. 다분히 김연아를 견제한 언사로 보인다. 그런 반면 김연아는 일절 전략이나 경쟁자에 대한 코멘트를 달지 않고 훈련의 반복에 집중하였다. 올림픽 금메달은 아사다와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여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드는데 비해 김연아는 그런 눈치보기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최선의 집중력을 유지할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자신의 일을 즐겼다. 인생살이를 규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가 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하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일을 즐기지 못하는데서 온다. 일이 자신이 수행해야만 하는 의무로만 인식된다면 인생이 어찌 행복할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김연아는 철저하게 자신의 일을 즐겼고 이것이 세계 챔피언이 된 원동력이다. 물론 김연아가 처음부터 피겨를 신선처럼 즐겼던 것은 아니다. 다음 김연아의 고백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수 있다.

“가끔 선수 생활에서 은퇴하면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시즌 중 체중 조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선수 생활 빨리 끝내야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사춘기 시절엔 ‘이 다음에 코치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처럼 천재적 감각이 없다면 어떻게 그 많은 선수에게 매 시즌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 줄까 싶어 ‘안무가는 안 되겠어’라고 결론 내렸다. 또 경기 중 판정이 부당하다고 여겨지면 ‘아예 피겨계를 떠나 버려야지!’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즌 뒤 몇 차례 참가했던 아이스쇼가 이런 내 생각들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아이스쇼를 통해 나는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김연아가 피겨를 즐기듯 일을 즐겨야 한다. 일을 즐기기 위해서는 과정중시 철학이 중요하다. 즉 지나치게 결과에 얽매이기보다는 현재의 과정에 집중하고, 만약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는 겸허하게 승복하는 정신이다. 이런 점에서는 김연아나 마오 역시 발군의 기량을 가졌다.

김연아는 자연스럽게 과정을 중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진인사대천명의 철학을 체득하고 있었다.

“올림픽! 정말 중요한 대회다. 어릴 적부터 꿈꿔 왔고 지금도 계속 꿈꾸고 있다. 하지만 그날의 승자가 내가 아니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나를 더 편안하게 하고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인지 사실 상상했던 것보다 아주 많이 겁나지는 않는다. 매번 가지고 있던 적당한 긴장감과 자신감을 유지한다면(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결과가 어떻든 나 스스로한테 실망하지도 않고 후회할 일도 없지 않을까.”
아사다 마오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연기 할 때의 마오는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지만 내게 관찰되는 마오는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단 음식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날릴 만큼 어른스럽다고 한다.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에 대한 태도도 매우 솔직하게 느껴진다. “김연아를 이기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꼭 이기고 싶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자신의 능력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생각과 소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마지막으로 인생살이가 다 피말리는 경쟁이라고 여기는 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다른 사람들이 만든 경쟁의 틀에 자신을 가두지 말기를 권유한다. 나는 그런 측면에서 세간에서 규정하는 김연아는 승자이고 아사다 마오는 패자라는 도식에 반대한다. 스포츠를 비롯한 모든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는 있겠지만 그것이 그리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내가 도전하고 있고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세상살이에 오늘 반드시 결단내야 할 일도 없고 오늘 잘 안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일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아사다를 비롯한 수많은 2,3등선수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일의 해는 다시 떠오른다고. 당신이 포기하지 않으면 당신 역시 승리자라고. 다시 한번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에서 의연하게 승리한 김연아 선수에게 찬사를 보낸다. 언젠가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올 때 그녀는 훨씬 더 성숙해져 있고 행복할 자질을 이미 갖추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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