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임 보려거든 뽕 따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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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제는 욕심이다.

처음엔 단지 임을 보려고 나갔는데 하필 그곳이 뽕밭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뽕에 손이 가더라는 얘기다.

아, 일석이조인데 뭘 그래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본질이 흐려지면 본색이 나오는 법이다.

*** 떳떳이 못 푸는 김우중씨

예전에 대학생 대상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 김우중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로 그가 선정됐던 까닭이다.

당시 그는 여느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스타였다. 워낙 종횡무진으로 바쁜 사람이라 소재 파악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그를 만났을 때 그는 한 마디로 멋져 보였다. 후광효과라고 믿었지만 그 후광은 돈이 아니라 인격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며 방송 일에 차츰 지쳐가던 내게도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저런 사람이 정치를 하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지금은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도 만날 도리가 묘연하다. 넓은 세상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다.

안타깝게도 그가 할 수 있는 일 역시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가 가족이라고 믿었던(우겼던) 회사의 젊은이들이 그를 체포하기 위해 세계를 누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바라건대 떳떳이 모습을 보이고 잘못이 있다면 벌을 받고 오해가 있다면 투명하게 풀었으면 좋겠다. 그를 보고 꿈을 키워온 많은 청소년들에게 그가 직접 사과하거나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군대 시절에 어느 장군 얘기를 들었는데 그의 호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별을 달고도 직접 낙하시범을 보일 정도로 용맹스런 군인이었다.

솔선수범하는 참군인이 역시 있긴 있구나 싶었는데 그 역시 결국은 나를 실망시켰다. 훗날 그는 부자연스럽게 대통령이 되었고 나중에는 감옥에 갔다가 백담사까지 다녀오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랑을 치기로 마음먹은 자가 가재 잡기에 한눈을 팔아서는 곤란하다. 낙엽을 쓸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모였는데 돈 줍기에 혈안이 되어서야 쓸 일인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욕심은 짐과 같다. 자유롭고 싶다면 지금 당장 욕심부터 바닥에 내려놓을 일이다.

김우중씨건 전두환씨건 시종일관 초심대로 밀고 나갔으면 아마도 위인전에 실릴 인물이 되었을지 모른다.

더구나 그들이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얼마나 행복한 노후를 보낼지 상상이 된다. 젊은이들이 줄줄이 찾아와 집 마당에 가득하다면 그게 진짜 알짜배기 재산 아닐까.

金씨가 책에 쓴 대로만 했다면, 全씨가 임관할 때 가졌던 정신을 계속 유지했다면 그들 자신도, 그들처럼 되기를 꿈꾸었던 숱한 젊은이들에게도, 또 원하건 원치 않건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었던 국민들도 '더불어' 행복했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자꾸만 든다.

***욕심 좇다간 인생 그르쳐

두 사람의 예로 그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첫마음을 잃고 욕심에 휘말려 인생을 그르치는지 우리는 잘 안다.

엊그제까지 젊은이의 우상이었다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추락해 버리는 별똥별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가.

젊은이들이 한번 만나 대화하고 싶어하는 훌륭한 사람이 많으면 좋은 세상이다. 젊은이들을 당당하게 만나고 싶어하는 부끄럽지 않은 노인들이 많아지면 그 또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스타란 어떤 모습인가를 새삼 가늠하게 된다. 스타는 밤에 빛난다. 밤은 대중이 위로받고 싶은 울적한 시간이다.

사람들이 고통에 처해 있을 때 자신이 준비한 빛으로 따뜻하게 감싸안는 게 스타의 책무다. 또한 스타는 늘 제 자리에 있어야 한다.

북극성이 어느 날 남십자성 자리에 가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를 보며 인생을 항해하는 뭇사람들을 위해 그는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이익을 향해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건 가짜별이다.

朱哲煥(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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