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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 코치 본지 단독 인터뷰] “곽민정 인상 깊어 … 한국 선수 또 가르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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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연아(20·고려대)를 ‘피겨 퀸’으로 키워낸 브라이언 오서(49·캐나다) 코치.

1일(한국시간) 그의 숙소인 밴쿠버 페어몬트호텔 라운지에서 그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등에 ‘KOREA’가 적힌 선수단 트레이닝 재킷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이날은 마침 밴쿠버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미국과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결승전이 열린 날. KOREA 유니폼을 입은 그는 로비의 큰 TV를 보면서 캐나다를 열렬히 응원했다. 그러면서도 “캐나다가 아이스하키에서 이긴 것보다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게 훨씬 기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40여 분 동안 인터뷰는 8차례나 끊겼다. 그를 알아본 캐나다인들이 계속 사인을 청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자며 카메라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1984년과 88년 겨울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두 차례 은메달을 따낸 그는 캐나다의 유명 인사다.

#한국 선수 또 가르쳐 보고 싶다

밴쿠버 페어몬트호텔 라운지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 [밴쿠버=임현동 기자]

김연아의 ‘평생 꿈’이라던 올림픽은 끝났다. 3월 출전 예정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토리노)가 끝난 후에도 김연아를 은반 위에서 볼 수 있을까. 오서 코치는 “올림픽 전에 연아는 계속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챔피언이 된 뒤 마음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며 “만일 연아가 나에게 장래를 의논한다면 ‘아이스쇼를 하든 경기에 나서든 스케이트를 타고 싶은 마음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한국 선수를 또 가르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어린 피겨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본 곽민정도 매우 인상 깊다. 만일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가르쳐 보고 싶은 선수”라고 덧붙였다.

#한국 피겨팬이 붙여준 이름 ‘아빠 미소’

올림픽에 두 차례나 나섰던 오서 코치는 부드러움으로 김연아를 이끌었다. 김연아가 긴장하거나 불안해할 때면 차분하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는 “연아는 훈련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서 윽박지르거나 화를 낼 필요가 없다. 나는 그저 옆에서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이라고 겸손해했다.

김연아가 경기할 때 그는 링크 밖에서 시종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본다. 최근 피겨 팬들은 이를 ‘아빠 미소’라고 부르며 오서 코치에게 ‘훈남(훈훈한 남자)’이라는 별명도 붙여 줬다. 이에 대해 오서 코치는 “김연아를 안정시키기 위해 웃는 것이다. 연아가 나를 쳐다보고 경기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미소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서 코치는 “한국 팬들이 코치까지 존중해 주는 모습이 고맙고 인상 깊다”고 했다. 

#연아의 금메달은 연아 것이다

김연아가 피겨 사상 최고점(228.56)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자 캐나다 언론은 일제히 “두 차례 은메달리스트 오서 코치가 한을 풀었다”고 보도했다. 오서 코치는 “한이 풀린 건 맞다. 하지만 연아의 금메달은 연아의 것이지 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은 여전히 ‘은메달리스트’일 뿐 김연아의 금메달은 김연아 자신의 노력으로 딴 것이라는 겸손의 표시로 들린다.

요즘 오서 코치는 김연아를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는 “아빠가 딸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리스케이팅을 잘 타면 140점대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150점대가 나와 버렸다. 어떤 올림픽 챔피언도 이렇게 압도적으로 이긴 적은 없다. 연아는 사상 최고의 올림픽 챔피언”이라며 “링크 안에서도 훌륭하지만 링크 밖에서도 멋진 선수다. 연아는 환상적인 유머의 소유자인 데다 영리하고 모든 것에 매우 관대하다”고 칭찬했다.

그는 “올림픽 챔피언인 연아가 계속 스케이트를 타게 된다면 다음 목표는 트리플 악셀 점프가 될 것”이라며 “ 지금 우리가 매우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트리플 악셀을 뛴다면 더 높은 기술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나이로 봤을 때 한 차례 더 올림픽 도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밴쿠버=온누리 기자
사진=밴쿠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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