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영화채널 따기 사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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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케이블TV의 영화 채널이 다채로워진다.

다음달부터 보도.종합편성.홈쇼핑 TV를 제외하곤 등록 요건만 갖추면 신규 채널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영화 채널에 진입하려는 관련 업계의 열기가 뜨겁다.

시청자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한편으론 무분별하게 영화를 수입하다 보면 질낮은 영화가 방송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많다.

국내 영화채널은 현재 HBO(유료)와 OCN 두 개이나 시청자들의 영화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케이블마다 앞다퉈 영화를 방송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방송위원회가 발표한 '2000년 TV시청 행태조사' 에 따르면 케이블 분야에서는 영화 채널의 시청 빈도가 가장 높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OCN은 액션.스릴러와 클래식 분야를 떼어내 OCN2와 OCN3를, HBO는 HBO플러스를 추가 등록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MBC 자회사인 MBC프로덕션, 예술.영화TV 등을 운영하는 월드와이드넷, 시네마채널, 링크컨텐츠 등 새로운 사업자들도 유료영화.클래식영화 채널 등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들 채널 모두가 케이블망을 타게 될지는 미지수다.

공급은 늘어나지만 각 케이블 지역방송국에서 지금보다 많은 채널을 운영하기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채널 중 일부를 빼고 신규 영화 채널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채널 사업자와 지역방송국 사이의 계약에 달려 있다.

그래서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몇몇 사업자만 살아남는 시장원리가 적용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가지 희망은 난시청지역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중계유선방송이 상반기 중에 케이블 지역방송국으로의 전환되면 채널 송출능력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현재 전국 77개인 지역방송국이 최대 1백20개로 늘어날 수 있다" 고 밝혔다.

이 경우 새로 전환된 지역방송국들이 기존 방송국들과 가입자를 유치하는 경쟁을 벌이면서 선호도가 높은 영화 채널을 차별화 전략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학계.영화계 등에선 미국 등 특정국가의 인기 있는 액션물 등을 주로 들여와 방송할 경우 국내영화산업 위축, 채널 경쟁,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외화낭비 등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종속' 을 막기 위해 국가별 쿼터제(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종대 손승혜 (신방과)교수는 "국산 영화의 의무 방송 비율을 유지하고, 수익의 일부를 국내 영화산업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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