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남북화해시대 한미동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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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입춘(立春)과 함께 한반도 평화정착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말에 '꽃샘 추위' 라는 말이 있듯이 남북 화해 무드에도 꽃샘 추위가 닥쳐올 수 있다.

따라서 무작정 낙관론을 펴기에 앞서 현재의 군사적 입지 유지에 따른 가치 또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남북 화해와 통일은 동북아 안보는 물론 한.미 동맹관계, 그리고 주한미군 등이 포함된 근본적인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이 문제와 관련, 한 가지 명심할 점은 '나중에 후회할 일을 저지르지 말자' 는 것이다.

***관심쏠린 주한미군 문제

우리는 종종 성급한 분석과 어떤 압력으로 성급하게 결정을 하고 후회하곤 하는데 남북문제에도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나는 한국의 지식인들로부터 전보다 강한 반미(反美)성향의 주장을 청취할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은 '문화적 차이'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미국을 비판했다.

나는 워싱턴의 지도자들이 한국내 여론의 중대한 변화에 보다 주의깊게 귀를 기울일 것이며, '문화적 차이' 에 보다 신경을 쓸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1950년 이래 한국의 번영과 민주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그 유래가 없는 것으로 한국과 미국 모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동시에 이러한 발전에 따른 대가와 희생이 있었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한미군처럼 한국 땅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경우 한.미간에는 어쩔 수 없는 문제와 긴장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한국은 그동안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을 부담해 왔다.

그러나 미국도 그동안 주한미군을 위해 상당한 부담을 져온 것도 사실이다. 미국민은 그동안 주한미군을 위해 상당한 세금을 낸 것은 물론 자신의 가족을 이역만리 한국에 보냈다.

다시 말해 한.미 모두에 주한미군 주둔 문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 지난 반세기 동안 주한미군으로 인한 플러스 효과가 그 마이너스 측면보다 훨씬 더 컸다고 확신할 수 있다.

한편 나는 동북아 안보문제 전문가로서 보다 큰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의회와 한국의 국회는 군사적 측면과 재정적 비용절감을 모두 고려하는 관점에서 한반도의 변화를 지켜볼 것이다.

이미 미국 공화당은 해외주둔 미군 문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많은 아시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해외주둔 미군 문제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 새 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지나친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 또 워싱턴도 해외 미군이 아시아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거나 해결책이 없다고 지레 판단하는 상황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간의 안보적 이익에 기초해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미군 주둔에 따른 부수적 문제점과 주한미군이 지닌 본질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안보적 이익이 우선돼야

부수적인 문제점들은 주둔군지위협정(SOFA)처럼 한.미간에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러한 문제들로 인해 미 주둔군의 지위에 관한 논의 자체가 왜곡돼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주한미군 같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한번 결정을 잘못 내리면 설사 그것이 잘못된 결정이라도 현실적으로 번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변화가 임박한 매우 중요한 이 시점에서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양국의 굳건한 안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있어 의도하지 않은 방해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변화를 안전하고도 확실하게 이끌어 간다는 목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 내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신안보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에릭 A 맥베이든

▶ 에릭 A 맥베이든은 미 해군 제독 출신으로 현재 워싱턴 근교 동아시아안보연구소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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