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리 무용수' 평양 교통보안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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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TV에 비친 평양 시내에서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낸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흰색 복장에 창 달린 모자를 쓰고, 스커트 차림에 가죽 장화를 신은 여성 교통보안원(교통경찰)의 유연하면서도 절도 있는 모습이었다.

몸을 쉽게 틀 수 있는 무쇠판 위에서 신호봉을 들고 수(手)신호하는 교통보안원들이 무용수를 뺨치는 맵시를 선보인 것이다.

평양에서는 이들의 복장과 화려한 동작을 '네거리의 무용수' 라고 부를 정도다. 예전에 '교통안전원' 으로 불린 이들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3차 회의에서 교통보안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소속도 사회안전성이 이름을 바꾼 인민보안성(경찰청)산하의 교통지휘대다.

이들의 임무는 교통량이 많지 않은 북한의 교통사정을 감안해 신호등을 대신해 수신호로 차량을 인도하는 일이다.

이들은 출근시간(오전 7시, 동절기에는 오전 8시)에 맞춰 30분 정도 일찍 출근한다.

조장을 포함한 9명이 한 조가 돼 초소(네거리 등)에서 차량뿐 아니라 보행자의 통행을 돕는다. 초소는 하루에 두번 정도 나가며 한번에 2~3시간 정도 근무한다.

남자들만으로 구성됐던 교통보안원은 1980년부터 단계별로 여자들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인민보안성은 능력을 갖춘 여성대원을 양성하기 위해 산하 기관인 정치대학에 특별반(3년제)을 만들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

특별반에는 고등중학교(한국의 중.고교 과정 포함)를 졸업한 학생들 가운데 출신 성분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다.

교통보안원들은 소좌(소령)계급의 여성 보안원 책임 아래 3년 동안 자동차.태권도.사격 등 남성 보안원 못지 않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

북한을 소개하는 TV나 영화.사진을 보면 교통보안원 중 '미인' 이 많은데 이는 보안성 소속의 봉화예술단 연예인들 가운데서 시범적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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