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총수들 체감경기 "작년보다 더 나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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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기업 총수들은 올해 국내 경제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주식시장과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지만 총수들이 현장에서 기업을 챙기며 피부로 느끼는 감(感)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부회장이 최근 그룹 회장들과 연쇄 접촉한 자리에서 느낀 '총수들의 체감경기' 다.

孫부회장은 차기 전경련 회장선출을 위한 모임(12일)을 갖기에 앞서 재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1~11일 기업 총수 20여명과 면담하거나 통화했다.

이 접촉에서 기업 총수들은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불안정해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고 진단하고 "국내 정치상황마저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크게 위축할 것" 으로 우려했다는 것이다.

孫부회장이 접촉한 총수는 정몽구(현대차).구본무(LG).손길승(SK).이준용(대림).박용오(두산).유상부(포철).조석래(효성).김석준(쌍용).김승연(한화).박정구(금호).강신호(동아제약).이웅렬(코오롱) 회장 등이다.

이건희(삼성)회장의 견해는 지난달 전경련 회장단 회의 때 들었다.

기업 총수들은 또 자율구조조정을 하려 해도 공정거래법 등 걸림돌이 많아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섬유.석유화학.제지업계의 구조조정을 위한 제휴 움직임에 공정위가 독과점 조항을 들어 제동을 거는 바람에 추진이 지연되거나 무산된 일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A회장은 "정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법 정비 등 환경조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며 "틈만 있으면 개입하려는 자세를 고쳐야 한다" 고 지적했다.

기업 총수들은 노사문제도 많이 걱정했다. B회장은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원칙을 5년 유예한 결정은 잘못된 것" 이라고 주장하고 "정부가 기업경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벌개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 말했다.

한.미 통상마찰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연초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온 C회장은 "회의에서 미국의 통상압력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 며 "정부.재계의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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