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노의 저주, 절반은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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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차전에서 양키스를 10-3으로 꺾어 대 역전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레드삭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욕 AP=연합]

'빨간 양말'들이 기어이 사고를 쳤다. 세계 야구팬들을 흥분시킨 유쾌한 사고. 이제 그들에겐 저주의 마지막 매듭을 푸는 일만 남았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21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숙적 뉴욕 양키스를 10-3으로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3연패 뒤 거둔 4연승의 대역전 드라마. 놀라운 뒷심이었다. 포스트 시즌에서 3패 후 4승은 처음이며 더구나 레드삭스가 포스트 시즌에서 양키스를 이긴 것도 처음이다. '밤비노의 저주'에서 절반쯤 벗어난 레드삭스는 24일부터 열리는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저주 완전 탈출'에 도전한다.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 나가기는 1986년 이후 18년 만이다.

이날 레드삭스는 공수 양면에서 양키스를 압도했다. 선발투수로 '깜짝 등판'한 데릭 로는 6이닝을 던지면서 막강 양키스 타선을 단 1안타 1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3회 1사 2루에서 데릭 지터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주긴 했지만 흠잡을 데 없는 호투였다.

반면 양키스는 에이스 케빈 브라운이 2회도 넘기지 못하고 4안타 5실점으로 강판돼 흐름이 무너져버렸다.

레드삭스 공격의 선봉장은 데이비드 오티스와 자니 데이먼이었다. 4, 5차전에서 끝내기 홈런과 끝내기 안타로 팀에 극적인 승리를 안겼던 오티스는 이날도 1회초 2사 1루에서 브라운의 초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뽑아냈다. 다음은 데이먼 차례였다. 이번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까지 29타수 3안타로 극도로 부진했지만 결정적인 승부에서 강했다. 2회 1사 이후 케빈 밀라의 중전안타와 연속 볼넷으로 맞은 만루 기회에서 데이먼은 교체된 투수 하비에르 바스케스의 첫 공을 그대로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데이먼은 6-1로 앞선 4회말에도 연타석 홈런인 2점 포를 쏴올렸다. 데이먼은 6타수 3안타 6타점, 오티스는 4타수 1안타 2타점으로 승리의 '쌍두마차'가 됐다.

한편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연장 12회말에 터진 짐 에드먼즈의 끝내기 2점 홈런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6-4로 눌러 3승3패가 됐다.

◆ 밤비노의 저주는=1920년 홈런타자인 베이브(이탈리아어로 밤비노) 루스를 양키스에 판 레드삭스는 1918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86년 월드시리즈에서 전력이 한 수 아래인 뉴욕 메츠에 역전패하자 이때부터 미국 언론이 '밤비노의 저주'라고 불렀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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