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금등 해외유출 김우중씨가 지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우중(金宇中)전 대우 회장이 그룹 부도 직전인 1999년 초 대우자동차.㈜대우 등 주력 계열사에 국내로 송금할 98년분 수출대금.무역 거래대금 등을 조직적으로 해외로 빼돌릴 것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金전회장은 또 해외지사.법인을 통한 차입금 조성과 허위 물품수입 서류를 이용해 불법 자금을 해외로 송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약 2백억달러를 영국의 비밀계좌(BFC)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金회장의 지시를 받은 대우 계열사 임원들의 진술을 통해 5일 밝혀졌다.

이와 관련, 대검 중수부(부장 金大雄검사장)는 金전회장이 그룹 일부 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외화를 BFC를 통해 유출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BFC 입금령〓대우 계열사의 K전무는 이날 "金전회장이 99년 초 대우자동차에 98년분 자동차 수출대금과 외상판매대금을, ㈜대우측엔 무역 거래대금 등을 회수하지 말고 모두 BFC로 송금할 것을 지시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이 회사들은 98년 해당 계열사 국내 본사와 해외 지사간 거래에서 생긴 대금과 이익금을 모두 BFC로 넘겼다" 고 말했다. K전무는 "이 사실은 당시 그룹 임원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고 덧붙였다.

그는 金전회장이 국내 본사와 해외 지사간의 결제 형태인 수출환 어음 매입(DA)방식을 이용, 주거래 은행의 DA 승인 한도를 높이거나 연장해 국내 본사에 입금을 늦추는 수법으로 돈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밝혔다.

◇ DA 결제기한 연장〓또 다른 임원인 P씨는 "金전회장은 통상 90~1백20일 정도인 DA 결제기한을 1백80~3백60일로 늘려잡거나 한두 차례 연장해 최장 7백20일까지 해외지사에서 들여올 돈의 국내 입금을 늦추고 그 사이 돈을 영국으로 송금했다" 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은 金전회장이 DA 결제 연장 등의 수법으로 BFC로 빼돌린 자금 규모가 약 15억달러라고 밝혔다.

◇ 30명선 기소〓검찰은 구속된 8명을 이번주부터 기소할 방침이다. 대우 임직원과 회계사 등 20여명도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신동재.손민호 기자

▶대우사태 관련기사 모음

(http://www.joins.com/cgi-bin/sl.cgi?seriescode=772&kind=sl)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