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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써파' 여경리 12억 횡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달 용돈을 3천만원 이상 쓰고도 모자라 빚까지 진 여자...

31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횡령혐의로 구속된 유명 의류업체 광주영업소 경리사원 鄭모(25.여)씨의 씀씀이에 형사들도 혀를 내둘렀다.

고졸 학력의 미혼인 鄭씨는 1995년 이 회사에 입사, 97년7월부터 본사에 의류 판매대금을 송금하는 업무를 맡아 왔다.

그녀는 3년여 동안 3백30차례에 걸쳐 12억2천만원을 횡령해오다 지난해 11월 수배됐다.

경찰에 검거될 당시 鄭씨의 예금통장(17개) 잔고는 몇만원에 불과했고 일부는 마이너스 상태였다. 3년 남짓 동안 12억여원을 사치품 구입과 유흥비로 탕진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그녀는 5백50만원짜리 밍크 반코드에 2백80만원짜리 카르티에 시계를 차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사치를 즐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한 해 광주시내 한 백화점에서 카드로 구입한 물건값은 7천만원. 이 중 4천만원은 패물값이었다.

월평균 신용카드 사용대금은 1천5백만원선. 유산이 많은 상속녀인 것처럼 행세했다.

한달 용돈 3천만원 중 1천5백만원 가량은 유흥비로 썼다. 술집에 뿌린 돈이 한차례에 평균 1백만원선. 남자 접대부 1명당 10만원 이상씩 팁이 별도로 건네졌다. 1주일에 한번 이상은 반드시 호스트바를 드나들었다.

사귀는 남자들에게도 '큰손' 으로 행세했다. 유흥업소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는 3천5백만원짜리 뉴그랜저 승용차를 선물해 유흥가에서 '돈 잘 쓰는 여자' 로 유명했다는 것이다.

성형수술비로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자신의 코.눈.가슴을 고쳤고 병원에 따라간 친구들은 엉겹결에 1백50만원짜리 코수술을 공짜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는 것은 소박했다. 보증금 2천8백만원짜리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승용차도 굴리지 않았다.

담당 형사는 "10여억원을 모두 써버려 도주할 당시 카드로 현금서비스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 말했다.

鄭씨는 경찰에서 "범행이 들통나지 않은 데다 사치와 유흥비를 줄이지 못해 횡령이 계속됐다" 고 말했다.

광주=이해석.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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