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시 행정부 기회와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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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반도 평화통일의 명운이 걸린 21세기의 문턱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한국에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기회의 창을 제공함과 동시에북한에 대한 한.미간의 관점 차이로 인해 도전도 만만치 않다.

***남북한 관계 變革 불가피

부시 신 행정부는 남북한 관계에 있어 한국 정부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북한문제는 한국 주도로 해결하도록 지지할 것이란 점에서 분명 한국 정부에 기회다.

대북한 안보에서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미국은 보조적 역할을 할 것이다.

몇몇 공화당계 인사들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만 중요시해 온 전임 클린턴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위협을 총체적으로 보고, 이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러한 미국의 희망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온 한반도에서 재래식 군사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한국에 제공하는 도전도 만만치 않다. 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공산체제를 변화시키려면 힘의 우위에 서서 당근과 채찍을 균형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경험적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지원 위주의 정책으로는 변화되기 힘들 것' 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분명 한국의 대북(對北)화해협력 정책에 도전이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고르바초프는 직접 개혁과 개방을 선언했지만,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개혁.개방을 선언하지도, 군사 우선정책을 변화시키지도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를 지지한다거나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을 비준하지 않는 것 등은 힘 외교의 또 다른 표현이다.

한편 부시 행정부는 안보에 있어 동맹국의 역할 증대를 요구하면서 주한(駐韓)미군을 포함한 동북아지역 10만 미군 병력을 재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한국에 도전요소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부시 신행정부가 주는 도전을 극복하면서 남북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가.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기존대북 정책의 성과와 문제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부시 신행정부가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문제는 사실 국내 보수세력의 비판에서 그동안 지적된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득해 국론을 결집해 왔으며 설득이 더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인가를 자세히 검토해 본다면 부시 행정부가 주는 도전적 요소를 설득할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거 미 공화당 행정부 시절부터 축적해온 한.미협력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할 뿐 아니라 미국 정부가 안보인사들로 외교안보 진용을 구축한 것을 감안, 한국도 안보 진용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가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입장을 무조건 포기하라고 설득할 것이 아니고, 힘을 가진 미국이 엄한 경찰 (tough cop)역할을 담당해 북한이 변화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한국은 부드러운 경찰(gentle cop)역할을 하게 되면, 북한과 미국의 중간에서 한국의 역할공간이 오히려 커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북.미의 틈새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고, 3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 장기적 구상에 대한 합의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韓.美 정책공조 재점검을

하기에 따라서는 한.미 양국이 북한에 서로 먼저 접근하고자 경쟁하는 양상을 보였던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 오히려 대북관계 개선이 용이할 수도 있다.

게다가 주한미군을 재조정할 가능성을 활용, 한반도에서 재래식 군사위협을 감소시키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도전을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전쟁억지를 넘어 평화협력 위주의 한반도를 만들어 내는데 여야나 한.미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재출발하는 일이다.

지금은 우리의 대북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국론을 결집해 힘의 외교를 부르짖는 초강대국 미국과 튼튼한 정책공조를 확립하는 데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韓庸燮(전 미랜드연구소 연구위원/현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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