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김연아, 본드걸처럼 라이벌을 KO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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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챔피언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큰 리드를 잡았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 점수를 확인한 후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연아(20·고려대)가 24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인 78.50점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자 주요 외신들은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차분한 어조로 경기 소식을 전했다.

AFP통신은 ‘본드걸 김연아가 라이벌들을 가볍게 제압했다’는 제목으로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일본), 조애니 로셰트(캐나다), 안도 미키(일본)에 앞서 1위에 오른 사실을 전했다. AP는 “김연아가 큰 리드를 잡았다”며 “최대 라이벌 아사다의 73.78점에 4.72점이나 앞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김연아가 1988년 카타리나 비트 이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서 라이벌들을 케이오(KO)시켰다”며 “월드챔피언이 월드베스트 점수를 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외신 보도대로 김연아는 최고 무대에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쾌속세대’다운 자신감이었다.

다음은 김연아 선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일문일답.

<김연아>

-오늘 받은 점수에 만족하는가.

“점수보다는 오늘 준비했던 것을 다 보여 줄 수 있어 기쁘다. 충분히 준비했기 때문에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았다. 올림픽에서 좋은 연기를 했고 잘 끝내 기쁘다.”

-바로 앞에서 연기한 아사다의 점수가 높았는데 부담은 없었나.

“아사다의 경기는 완벽했다. 앞 선수의 경기를 안 보고 안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연기하는 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는데.

“실수 없이 내 연기를 펼친다면 (최고점이) 가능할 거라고 기대했다. 점수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올림픽 준비를 어떻게 했나.

“토론토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현재 몸과 마음은 최고 상태다. 자신 있다. 다만 올림픽을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었을 뿐이다.”

-아침에 훈련하다 넘어졌는데 큰 문제는 없었나.

“연습 링크는 여기와 얼음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다른 선수들도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 연습 때 넘어졌다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몸 한 번 푼 것뿐이다.”

-프리스케이팅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고 컨디션도 좋다. 열심히 했으니 자신 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프리스케이팅을) 준비하겠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

-김연아가 좋은 연기를 펼쳤다.

“준비가 잘됐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경기장에서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기하기 전 충분히 경기장을 둘러보며 분위기에 적응하라고 이야기 했다. 김연아가 자랑스럽다. 착실히 훈련한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오전 연습에서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불안하지 않았나.

“빙질도 달랐고 추웠기 때문에 준비하기 어려웠다. 연아는 경기가 열리는 퍼시픽 콜리시엄에서는 완벽한 적응력을 보였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

-아사다도 잘한 것 같다.

“아사다가 잘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연아는 준비한 대로 경기를 펼치기만 하면 된다. 프리스케이팅도 프로그램 구성 요소가 좋기 때문에 결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사다와 5점가량 차이가 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를 생각하지 않고 남은 프리스케이팅을 준비하겠다.”

글=밴쿠버=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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