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그 불편한 진실] 교육계 시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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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의 말이다. 사립대들은 매년 등록금을 올리면서 사학의 자율권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반면 모순된 주장이지만 “고등교육의 약 80%를 책임지는 사학을 정부가 홀대한다”며 지원을 호소한다. 또 등록금 상한제 시행에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대학을 둘러싼 교육 철학 논쟁은 뜨겁다. 대학 교육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등록금 해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로 80% 수준이다.

연세대 정갑영(경제학) 교수는 “사립대는 기본적으로 시장재”라며 “하지만 졸업생들이 사회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감안하면 공공재 특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점이 선진국 정부가 사립대를 적극 지원하는 이유라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9년 교육지표 조사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공교육비 비중은 한국의 경우 총 2.5%다. 정부 부담은 0.6%, 민간 부담은 1.9%다. 미국은 각각 1.0%와 1.9%다. 정부 지원이 훨씬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배상근 경제본부장(경제학 박사)도 혼재적 특징을 얘기했다. 그는 “시장재 성격이 강하지만 차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며 “이공계처럼 중요한 분야인데도 기피 현상이 심한 곳을 먼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대 반상진(교육학) 교수는 “유럽 대부분 국가는 교육을 공공재로 간주해 대학은 거의 무상”이라며 “교육을 시장재로 간주하는 대표적 나라가 한국·미국·일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을 시장재로 간주하면 부모의 부(富)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삶도 달라진다. 이런 차별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사립대가 2022개, 공립대가 653개다. 그러나 학생 수는 공립대가 590만 명, 사립대가 377만 명으로 저렴한 등록금 혜택을 받는 학생이 많다. 미국 공립대엔 1973년부터 ‘등록금 나눔 철학(cost sharing philosophy)’이란 원칙이 생겼다. 교육비의 3분의 1은 학생이, 나머지는 주 정부가 부담한다는 사회적 협약이다. 50개 주에서 75%의 학교가 적용하고 있다.

탐사기획팀=김시래·진세근·이승녕·김준술·고성표·권근영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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