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정치 不信 키운 '뻥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와 30분간 환담하면서 4.13총선 때 일을 사과했다. " (23일 李위원 측근)

"잠깐 수인사(修人事)한 것 뿐인데 무슨 사과냐. " (27일 JP 측근) 정치권에 '뻥튀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뻥튀기 시비①〓주제는 '서산에 지는해' 다. 총선 때 李최고위원은 JP를 퇴장하는 인물로 묘사했고 두 사람 사이는 극도로 악화됐다. 이번에 부시 대통령 취임식을 보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22일 뉴욕에서 두사람이 만났다.

만난 뒤 李위원측은 "같은 인터컨티넨털 호텔에 묵고 있던 JP를 李위원이 찾아가 '총선 때 대단히 죄송하게 됐다. 어르신께서 이해해달라' 라고 하자 JP는 '다 지난 일' 이라며 웃어넘겼다" 고 발표했다. 국내에 있던 李위원 측근들은 "서산에 지는 해도 해명한 것 같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27일 "내막을 알아봤다" 는 자민련 고위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JP가 하와이로 출발하려고 스위트 룸을 나서는데 응접실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李위원이 '잘 다녀오시라. 서울에서 한번 찾아뵙겠다' 고 인사한 것일 뿐이다. 만난 시간도 5분여에 불과했다. "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JP와의 관계 개선이 절실한 李위원쪽에서 부풀렸다" 며 "JP도 보도 내용을 접하고 언짢아한 것으로 안다" 고 주장했다.

▶시비②〓부시 전 대통령(부시 대통령 아버지)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개최를 요청했다, 안했다' 는 이른바 'JP외교 성과 시비' 는 파장이 크다.

JP와 함께 있었던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JP는 부시 전 대통령과 악수만 했고 한.미 정상회담은 내가 카드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제의한 것" 이라고 말하면서 소동이 있었다.

감정싸움으로 비화할 조짐이 일자 양측은 "오해가 부른 해프닝" 쯤으로 덮자는 분위기다.

이처럼 뻥튀기 대상은 미묘한 사안이고, 그 한복판에 정치권 실세들이 등장하고 있어 후유증이 깊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 불신이다. "정치인의 발언에는 의도적인 부풀리기와 속셈뻔한 자랑으로 가득차 있다" 는 냉소를 키워주고 있다.

김정하 정치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