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훈수 못들은 이회창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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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7일 서울 가회동 자택에 머물렀다.

총재실 관계자는 "李총재는 지난 7일간의 잠행(潛行)을 정리했다" 며 "26일 지도위원 및 부총재단과의 대외비 오찬.만찬을 끝으로 잠행은 일단락된 것" 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잠행의 끝에는 불발로 끝난 상도동 방문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당직자는 "당초 李총재는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으로 잠행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며 "李총재측에서 상도동측에 '찾아뵙고 싶다' 는 의사를 전달했으나(상도동에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 는 반응을 보여 불발에 그친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그는 "의원 이적(移籍)과 안기부 자금 수사로 드러난 '3金1李' 정국은 DJ가 의도적으로 조성했다는 게 李총재의 판단" 이라며 "이 문제를 놓고 李총재는 YS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려 했던 것 같다" 고 덧붙였다.

총재실 측근은 "李총재가 상도동 방문을 결심한 것은 지난 20일 YS 측근인 김광일(金光一)전 청와대비서실장과 비공개로 만났을 때" 라며 "金 전실장으로부터 냉담한 상도동 분위기를 전해 듣고 안타까워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도동 관계자는 "지난 연초에도(李총재측에서) '찾아오겠다' 고 연락하고선 '(YS를 만난 뒤에)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만날 것' 이라고 예고하는 바람에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것" 이라고 말했다.

YS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자신을 동렬에 두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한나라당)의원도 "두 분의 만남은 적절한 격식을 갖춰야 된다" 고 강조했다.

회동이 불발된 다음인 26일 오후 YS가 영화관람 후 "낭만이 없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 이라고 한 발언을 놓고 李총재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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