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록에서 희망을 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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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전인권은 이번 앨범에서 ‘사랑하세요’ ‘걱정마세요’라고 노래한다. ‘행진’이나 ‘돌고’ 등 예전 히트곡을 돌아봐도 그는 늘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내용은 간절하지만 노래는 편안하게 부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전인권(51)과 안싸우는 사람들'의 4집 음반 발표회가 열린 대학로 라이브 극장. 한시간쯤 일찍 도착한데다 공연장 문이 열려 있는 바람에 리허설 장면을 보게 됐다. 텅 빈 공연장을 음악만이 채우고 있었다.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을만큼 속을 있는대로 긁어대며 나오는 듯한 전인권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기분나쁘지 않은 전율이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나왔다.

전인권이 록을 시작한 것도 '소음'의 매력에 빠져서다.

"처음 비틀스를 들었을 때 노래 부르는 게 아니라 비명을 지르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비명소리에 가슴이 설레더군요."

전인권의 비명 소리에 매료된 팬은 다양했다. 20대 젊은 여성부터 50대 아저씨까지 다른 곳에서는 섞일 리 없는 사람들이 들국화 팬클럽이란 이름으로 모였다. 전인권이 처음 부른 노래는 존 레논의 '이매진'. 몇 년 전부터 '이매진'을 녹음하겠다던 그가 드디어 곡에 우리말 가사를 붙여 앨범에 실은 것이다. 전인권의 목소리로 부르는 이매진은 색다른 맛이다. 다음달 초 발매될 새 앨범에는 전인권식으로 재해석한 신중현의 '미인', 김수철의 '모두 다 사랑하리'가 실린다. '날 기억하는지'는 들국화 시절을 기억하며 만든 곡. '걱정 말아요'는 즉석에서 관객들이 따라 부를 정도로 쉽게 각인되는 노래였다. 전혀 새로운 노래인데도 귀에 익은 듯한 느낌이다. 이번 앨범에서 전하려는 '희망을 찾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대표곡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릴 때는 돈이 없어도 서로 나누고 행복해할 줄 알았잖아요. 돈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야 비로소 경기가 회복될 것 같아요. 0.75평 감방에서도 희망을 찾는데…."

전인권은 대마초 때문에 여러 번 옥살이를 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늘 남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 문화.예술인의 외로움은 말로 못한다. 우리는 개성있게 태어난 사람이다. 인간이 얼마나 많은 탐욕에 매달리는데 대마초 하나 가지고 그러냐"고 얘기해 구설에 올랐다. 인터뷰에서 그의 음악성보다는 대마초로 구설에 오르는 게 걱정스럽다고 하자 그는 전인권답게 답했다.

"대마초 이야기를 자꾸 해 가십거리조차 안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대마초.도박을 끊었다는 그는 "정말 열심히 했다. 음악적으로 내 자신이 변했다는 걸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밴드 '안 싸우는 사람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이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이번엔 블루스 록을 제대로 만들었어요. 이번 앨범으로 한국 록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자부해요. 음악 생활 30여년 만에 뭘 해야할지 답을 찾은 것 같아요."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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