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 선생 유해 한달째 '가묘 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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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재 유골이 임시로 매장된 가묘. 안남영 기자

충북 청원군 낭성면에 있는 단재 신채호(1880~1936)선생의 묘(충북도 기념물 제90호)가 이장을 놓고 유가족과 당국이 대립하는 바람에 한 달 가까이 가매장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단재 선생의 며느리 이모(61.서울 강남구 포이동)씨는 지난달 22일 묘를 옮겨쓰기 위해 새벽 중장비를 동원해 묘를 파헤치고 유골을 수습, 북쪽으로 30m 떨어진 곳에 가묘를 조성했다.

이날 이씨는 지관이 추천한 새 묘소인 북서쪽 50여m 떨어진 곳으로 유골을 옮기던 중 주민신고로 출동한 군청직원에 의해 제지당하자 인근에 가묘를 조성했다. 단재 묘소는 지방문화재로서 유가족이라도 함부로 손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묘 밑으로 큰 수맥이 흐른다는 전문가의 말도 있고, 실제 98년 정비작업을 벌인 뒤 올 7월까지 14회나 봉분이 무너져내려 군에 이장을 요구했으나 외면당했다"며 "나 자신도 위암에 걸려 얼마 살지 몰라 죽기 전에 꼭 이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은 지난 15일 유가족과 문중 및 학계 인사들과 회의를 열어 몇 가지 안을 놓고 협의했으나 결론을 못 내렸다. 원상복구는 "한 번 파헤친 묘는 도로 묻는 법이 없다"는 이씨의 반대도 있고, 토질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져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단재 선생은 36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옥사해 이듬해 유년 시절을 보낸 이곳에 묻혔다. 묘소와 사당은 93년 충북도 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청원군이 관리해 왔다.

청원=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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