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67) '갈대'
정말 우리들은 무엇이 이리 바쁜가? 내 머리 속의 오늘은 무엇이 이리 복잡한가? 나는 몇 살이고, 어디에 있는가?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여기까지 밀려온 세월은 또 무엇인가?
언제 내가 나를 한번이나 조용히 들여다보며 내 삶을 뒤적여 보았던가?
외로워서, 내가 외로워서, 외로운 내가 외로운 나에게 눈물을 흘려주었던 일이 그 언제였던가?
허리 굽혀 신발 끈을 매는 이 아침 아, 나도, 살다가, 때로, 조용한 갈대가 되어 울어보고 싶은 것이다.
김용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