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광역시·도 통합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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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청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 ·전남도와 같은 광역시와 도를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제도 개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 의뢰해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의 토론회에서 내륙 광역시와 인접 도를 통합하자는 주장이 나온 게 기폭제가 됐다.일부 지역에서는 통합을 위한 시민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 ·전남도=광주지역 각계 인사들은 최근 ‘도청이전 반대 및 광주·전남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곧 1백만명 서명운동을 펴기로 했다.통합을 촉구하는 대규모 주민집회도 열기로 했다.통합을 외면할 경우엔 납세거부운동을 펴고 2002년 지방선거 때는 통합 반대 후보에 대해 낙선운동도 편다는 계획이다.

이번 통합운동은 그간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광주쪽에서 시민단체 ·언론사 ·기독교계 대표 등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많이 참여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고재유(高在維)광주시장은 “행자부에서 통합을 추진하고 대도시 행정의 특수성을 감안한 제도적 장치가 보장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전남도에서 도청 이전사업을 중지하고 통합을 논의하면 시민과 시의회의 의견을 존중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광주시 ·전남도만의 통합은 형평성에 어긋나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1995년부터 통합을 주장하다 광주시의 반대로 포기하고 98년 말부터 도청(현재 광주 소재) 이전을 추진해 왔는데,뒤늦은(?)통합론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허경만(許京萬)지사는 “통합이 바람직하나 광주시 ·시의회 ·시민들의 전폭적인 찬성이 필요하며,마냥 통합을 기다리며 도청이전 추진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목포시·무안군 경계에 조성할 총4백47만평의 남악 신도시로 도청을 옮기기로 결정,이미 청사 건축에 착수했다.국비 3백억원을 지원받아 청사를 설계 중이고 부지 7만여평에 대해 곧 매수에 나설 예정이다.또 올해 정부 예산에서 3백5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놓은 상태다.

◇대전시·충남도=비록 내색은 하고 있지 않으나 충남도청 공무원을 비롯한 충남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통합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시·도 통합이 대전시가 충남도에 흡수되는 법적지위 강등(광역시→일반시)을 전제로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전시 공무원과 기관장 등은 자신들의 기득권 상실을 우려,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홍선기(洪善基)대전시장도 지난 4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전은 광역시가 된 지 올해로 10년을 넘어 이미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통합 논의는 비생산적”이라고 말했다.

대전지역에서는 아직 시민단체 차원의 통합운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그러나 충남도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통합에 찬성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수시로 오르고 있다.

한 시민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충청도가 홀대받고 있다”고 지적한 뒤 “대전 ·충남이 재통합돼야만 지역의 정치력이 그만큼 강돠되고 지역의 위상도 크게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남도에 이어 올해부터 도청 이전을 본격 추진키로 한 충남도는 시·도 통합 움직임이 일자 이전사업 추진을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

도는 당초 심대평(沈大平)현 지사의 임기인 2002년 6월까지 도청이전 후보지를 결정한다는 방침 아래 올해 예산에 후부지 입지 기준 설정을 위한 용역비로 1억원을 반영해 놓고 있다.

대전 ·광주=최준호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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