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자리에 민주주의가 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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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벌리힐스 로이터=연합뉴스]

방미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19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물러나야 하며 민주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티베트의 생존과 문화를 지켜내고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민주주의재단(NED)이 주는 메달을 받았다. 메달 수여식은 미 의회 도서관에서 열렸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 공산당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진정한 사회주의보다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 수뇌부를 성토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동등한 권리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있다. 나는 가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보다 내 머리가 더 붉은 색이라고 느끼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전날 중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면담을 강력하게 비판한 뒤 나왔다. 달라이 라마는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과 만남으로써 지난 20년 동안 재임했거나 현재 재직 중인 미국 대통령을 모두 만났다.

한편 중국 정부나 관영 언론들은 달라이 라마의 이번 발언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 간 면담 직후 나온 맞대응 방식과는 다소 달라진 것이다. 이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를 직접 겨냥한 달라이 라마의 초강경 발언을 그대로 국내에 전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대신 달라이 라마에 대한 우회적 비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사실이 웅변을 능가한다’는 논평을 통해 달라이 라마가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베이징=최상연·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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