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문제 많은 국내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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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의 현재 투자신탁 시장규모는 약 7조달러다.

1990년 1조6백70억달러에서 10년새 6.5배로 불어났다.

이같은 신장 배경에는 투신업계와 정부의 노력이 컸다. 월남전쟁 이후 미국은 기나긴 경기침체에 들어갔다.

당시 투신상품 수탁고 하락률은 40%. 10년 동안의 불황 끝에 투신업계와 정부는 공시를 대폭 강화했다. 국민들을 상대로 '투자를 장기화하라' 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 결과 세가구 중 한가구 꼴로 간접투자 상품의 대명사인 뮤추얼펀드를 보유할 정도가 되었다.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높은 편이다. 미국의 주식펀드는 주식투자 비중이 90%나 되지만 주가가 떨어지는 시기에도 대체로 주식을 팔지 않는다.

이는 분산투자관행에 따라 투자자 자신들이 주식 비중을 조절하면서 자산을 배분하고 있어 펀드매니저들이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굳이 조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간접상품 시장은 대우사태의 영향 등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신사 수탁고는 2백50조원에서 1백조원 이상 감소했다. 한때 4조2천억원대를 기록한 뮤추얼펀드 규모도 최근 3조원대로 줄어들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KTB자산운용의 장인환 사장은 펀드의 단기화를 꼽았다. 만기가 길어야 1년에 불과해 운용에 한계를 느낀다는 것. 그는 "미국의 펀드는 완전개방형으로 운용돼 시장의 기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물론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완전개방형 뮤추얼펀드가 허용된다. 그러나 한국펀드평가의 우제룡 사장은 "경기 침체로 전망이 밝지 않다" 고 말했다.

장인환 사장도 "개방형이 되더라도 투자자들의 입출금이 빈번해 어느 정도 자금이 쌓일 때까진 불안정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펀드의 불투명성과 투자자의 불신이다. 禹사장은 "투신사들이 운용과정에 대해 투명한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불만이 투자자들로부터 터지기 일쑤" 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투자자들 역시 투자수익에만 관심이 있고 펀드운용에 대해 무관심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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