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 무산…한국정부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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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이 끝내 무산되자 정부 당국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의 방북 실현으로 북.미관계 개선은 물론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다양한 채널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지만 정부는 그의 방북을 끝까지 기대해 왔다" 며 못내 아쉬워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러나 클린턴의 방북이 무산됐더라도 미국의 대북(對北)정책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일부 외교소식통들도 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한결같이 '한반도 문제의 남북한 당사자 해결원칙' 을 천명하고 있어 한국과 함께 한반도 해빙무드 조성에 기여한 미국이 대북 강경책으로 선회하기에는 명분과 실리 면에서 손해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민주.공화당을 막론하고 동맹국 정부의 정책을 따르는 게 미국의 기본입장이어서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한반도 화해.협력과 북한의 개방.개혁을 유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계속 지지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엄격한 상호주의' 를 강조하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동안 북.미관계가 모색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WMD) 문제에 대해 투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경우 '관계개선' 이라는 유인책 보다는 억제책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조율할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와 콜린 파월 국무장관 지명자,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지명자 등이 '힘에 바탕을 둔 평화유지' 를 선호해 북.미관계에 높은 파고마저 예상되고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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