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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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별이 진다.

한 해가 저물면서 그 어둠의 뒤편으로 스타들이 사라졌다.

그라운드와 매트를 호령했던 그들의 투혼은 영원히 팬들의 기억에 남겠지만 더 이상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늘 푸른 소나무' 김용수(야구)는 자신의 등번호 '41' 을 팬들의 기억 속에 남긴 채 마운드를 떠났다.

지난달 20일 은퇴식을 갖고 유니폼을 반납한 김용수는 16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유일하게 통산 1백승-2백세이브를 달성했다. 김은 특유의 면돗날 같은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붙들어맸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더블 그랜드슬램' 을 완성한 작은 거인 심권호(레슬링)도 매트를 떠났다.

48㎏급과 54㎏급 두 체급에서 세계선수권.올림픽.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등 네개 대회를 석권한 심권호는 '세계를 굴린 남자' 라는 자서전을 출간했고 앞으로 주택공사 코치로 후배 양성에 나선다.

0.013점차. 올림픽 체조 평행봉에서 자신의 체조 인생을 걸고 연기를 펼쳤던 이주형(체조)은 아쉬운 은메달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이주형은 철봉에서 동메달을 추가했으나 끝내 금빛 착지는 펼치지 못했다.

애틀랜타 올림픽 뜀틀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여홍철 역시 끝내 금빛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접었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이었던 김제경은 시드니 올림픽 대표로 선발됐으나 부상이 악화하자 스스로 후배 김경훈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도복을 벗었다.

김경훈은 김제경에게 보은하듯 금메달을 따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사격의 이은철은 시드니 올림픽 공기소총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네차례 올림픽 출전을 끝으로 사대(射臺)에서 내려왔다.

특히 프로야구 임수혁(롯데)은 지난 4월 18일 LG와의 경기 도중 심장 이상으로 쓰러진 뒤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간새' 로 불렸던 세르게이 붑카(장대높이뛰기.우크라이나), 올림픽 4연패에 빛나는 스티브 레드그레이브(조정.영국), 작은 거인 나임 슐레이마눌루(역도.터키), 13년 무패 행진을 마감한 알렉산드로 카렐린(레슬링.러시아)등이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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