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선택] 출하량·원화값↑ 재료비↓ … ‘백설’ 성장세 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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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올해 음식료 업종의 경영 실적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익의 결정적 변수인 음식료품 출하량과 원재료 가격, 그리고 환율의 움직임이 다 우호적이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음식료품 출하량은 증가세로 전환됐다. 올해에도 2009년에 비해 2.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신용카드 사태 등 과거에도 경제 위기를 겪은 뒤 약 2년간은 출하량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국제 곡물 가격과 환율이 안정돼 원가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원당(설탕의 원료)을 제외한 소맥·대두·옥수수 등 주요 수입 곡물 가격은 공급이 늘고, 투기적 거래가 줄어 값이 한참 치솟았을 때보다 40~60% 하락한 상태다. 달러당 원화 값은 지난해 말 1164원에서 16일 1151.5원까지 올랐고, 앞으로 더 오를 것(환율 하락)으로 전망된다.

음식료 업종의 주가는 가격 매력도 크다. 음식료 업종 전체의 2010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0.9배다. 시장 평균인 10.1배보다 높지 않으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를 보면 그렇지 않다. 음식료 업종은 높은 이익 안정성과 미래 예측 가능성에 힘입어 2004년 이후 시장 대비 약 30% 높은 PER를 형성했다. 그러다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2009년 극심한 내수 위축으로 주가가 떨어져 PER가 낮아졌다. 하지만 업황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어 이익 안정성 등에 따른 프리미엄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물론 음식료 업종에도 위험은 있다. 업체 스스로의 제품 가격 인하와 할인점의 가격 경쟁에 따른 공급가격 하락이다. 2일 농심이 라면 값을 내린 것을 비롯해 주요 식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하했다. 수입 곡물 가격 등 원가 하락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이 전례 없는 큰 폭의 가격 인하였던 걸 감안할 때 당분간 추가적인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할인점 가격 경쟁을 촉발한 이마트가 지나친 가격 경쟁을 자제하기로 결정하면서, 공급가격 인하 압력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이런 음식료 업종 중에서도 CJ제일제당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밀가루나 설탕 같은 소재식품, 햇반 등 가공식품, 그리고 제약·바이오에 이르기까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가공식품은 소가족이 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잦아지는 사회 트렌드에 맞춰 이 회사의 외형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해외 바이오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인도네시아·브라질에서 사료 첨가제인 라이신을 만들고 있다. 라이신은 고기 소비가 늘어나면 덩달아 시장이 확대되는 분야다. 현재 라이신 세계 시장 점유율 3위인 CJ제일제당은 이 분야에 더 공격적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업 외적으로도 CJ제일제당의 가치가 높아질 요인들이 있다. 우선은 원화가치의 흐름이다. 원재료를 수입할 뿐 아니라 외화표시 부채도 많아 원화 가치가 오르면 이중의 이익을 본다. 앉아서 부채가 줄어드는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0원 오르면 주당 순이익은 4.6% 증가한다. 음식료 업종 중에서 원화가치가 오를 때 제일 많이 혜택을 보는 업체다.

자산도 곧 장부가치보다 증가하게 돼 있다. 올해 중에 서울 가양동 옛 공장 부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구로동 공장 쪽도 개발하기로 했다. 여기서 벌어들일 돈이 4760억원으로 추정된다. 곧 상장할 삼성생명 주식 96만 주를 갖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상장 이후 적절한 시기에 이를 매각할 가능성이 커 대규모 현금 확보가 기대된다.

조기영 이트레이드증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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