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준비 이렇게 공부 습관 잡기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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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이 공부를 하려고 책장을 펴다 불현듯 책상 정리와 침대·옷장 정리를 시작한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준비에만 시간을 보낸다는 어느 교육업체 TV 광고다.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는 새 학기를 앞두고 ‘공부 습관 만들기’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번째로 책상에 앉자마자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 훈련에 대해 알아봤다.

글=박정현 기자,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왜 집중이 안 될까 원인부터 파악

집중력이 향상되면 자연히 학습 효과가 높아질까? HB두뇌학습클리닉 박형배(정신과 전문의) 원장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어 각 요소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해야 학습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집중력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각성(의식이 깨어 있어 주변의 모든 자극들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이 떨어지면 공부를 시작하기 어렵고,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박 원장은 “자녀가 늘 피로해 보이고 능동적으로 공부하지 못한다면 TV나 게임을 오래하거나 수면 시간 등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신민섭(소아정신과) 교수는 “집중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이해한 후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무기력증·우울증이 있다면 부모와 시간을 보내 즐거움을 느끼게 하거나 자녀의 장점을 칭찬해주면 좋다. 학습 의욕이나 동기가 부족한 아이에게 신 교수는 “작은 노력도 인정해주고 격려하면 학습 의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각·청각 집중할 수 있는 놀이 훈련

시험문제의 글자나 모양을 제대로 보지 못해 엉뚱한 답을 쓰거나 늘 물건을 잃어버리는 아이들이 있다. 시각주의력이 부족해서다. 브레인오아이스 강경희 책임연구원은 “이런 아이들은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책을 읽을 때도 시각적인 글에 집중하지 못해 내용 파악은 물론 끝까지 읽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시각주의력을 높일 수 있는 놀이로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된다. ○△□ 모양에 ‘가’부터 ‘하’까지 글자가 적힌 도형을 펴고 순서대로 연결하는 놀이나, 같은 그림이나 모양찾기를 한다.

청각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는 수업을 들을 때나 공부할 때 주변의 조그만 잡음에도 주의가 흐트러져 집중할 수 없다. 신 교수는 노래 듣고 박수 치기 연습을 추천했다. 예컨대 가사 중에 ‘ㄷ’이 들어가는 모든 글자에 박수를 치는 것이다.

더나은삶정신과 문요한 원장은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주변에서 주제와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는 방법을 추천했다. 모자 쓴 사람을 찾거나 빨간색 찾기 등이다. ‘상징적 동일시’ 방법도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법으로 양궁 선수는 자신이 바위가 된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다’는 자기 암시를 한다. 문 원장은 “실제가 아니라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 속 신경망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중해야 하는데 잘되지 않을 때는 자신이 과거에 성공한 경험을 떠올리면 몸이 그 경험을 기억해 자신감을 되살리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휴대기기보다 종이에 직접 써야 효과

스터디맵 정삼진 연구소장은 “공부 시작 전 간단한 사칙연산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자릿수 덧셈 뺄셈, 두 자릿수 덧셈 뺄셈, 구구단 등 자신이 쉽게 풀 수 있는 간단한 사칙연산 문제지 4장을 초시계를 재며 푼다. 정 소장은 “책상에 앉았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훈련을 시작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습 전 집중력 훈련은 5~10분을 넘지 않도록 한다. 그날 할 분량을 낱장으로 준비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 틀렸던 정답이 자꾸 생각나지 않도록 난이도는 쉽고 부담 없는 것으로 정한다. 2차 유혹을 막기 위해 휴대기기나 컴퓨터를 사용한 훈련은 피한다. 종이에 인쇄된 것을 책상에 놓고 직접 쓰면서 해야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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