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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정재근 현대서 화려한 날갯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모두가 "정재근(31)은 끝났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프로농구 현대의 신선우(44)감독은 달랐다.

올해 초 현대가 SBS에 김재훈(28)을 내주고 정재근을 받았을 때 전문가들은 "밑지는 장사"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SBS에 속았다" 는 말까지 나왔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그런 듯했다. 그러나 2라운드가 끝난 지금, 현대가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현대가 최근 3연승하는 동안, 정재근의 활약은 돋보였다. 22일 LG전은 정재근 농구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았다.

정재근은 연세대와 초창기 SBS에서 활약할 때를 연상시키는 맹활약으로 31득점했다. 팀내 최다 득점이자 올시즌 최다 득점. 슛 성공률이 81.3%(16개 시도.13개 성공)나 됐다.

한창 때 정재근은 대단했다. 연세대 시절에는 1m92㎝의 키로 1m98㎝나 되는 김유택(기아)의 머리 위에서 리바운드를 낚아챌 정도였고, 프로 원년에는 외국인 센터를 앞에 놓고 슬램덩크를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정재근은 크고 작은 부상과 코칭 스태프와의 마찰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의욕도 떨어져 내심 은퇴까지 생각할 만큼 깊은 수렁 속을 헤맸다.

그러나 현대로 이적한 후 신감독의 깊은 이해 속에 성실한 훈련과 재활 노력으로 부상을 털고 다시 한번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정재근은 "농구를 새로 시작하는 기분" 이라며 의욕을 보인다.

정재근의 재기에는 현대의 우수한 동료들도 큰 도움이 됐다. 포워드의 입맛을 잘 맞추는 가드 이상민과 한국 농구를 꿰차고 있는 외국인 선수 조니 맥도웰은 정재근과 호흡이 잘 맞는다.

부상만 아니라면 정재근이 지난 시즌 SBS 소속일 때처럼 부진할 것 같지는 않다.

"우승 한번 해보고 은퇴하는 게 소원" 이라는 정재근은 올시즌을 앞두고 누구보다 훈련량이 많았고 부상도 없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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