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내홍 어디까지…총장 퇴진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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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기륜(朴基崙.60)사무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대한적십자사의 내홍(內訌)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 파장 어디까지=발단은 19일 오전 장충식(張忠植.68)총재가 朴총장에게 "후진을 위해 용퇴해 달라" 고 요구한 것. 그러나 朴총장은 "30년간 일해 왔고 잘못도 없는데 왜" 라며 반발했다.

사무총장은 별정직이라 정년(60세)과 상관이 없고, 張총재 부임 직후 재신임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퇴 요구 배경에 대해 朴총장은 "張총재의 일본행(11월 29일)을 내가 권유하고, 대북 전통문도 내 명의로 보낸 데 대한 불만인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는 29일까지 휴가를 내고 20일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여기에 서영훈(徐英勳)전 민주당 대표의 '한적 총재 내정설' 까지 나돌아 뒤숭숭한 상태다.

◇ 팽팽한 양측 입장=朴총장은 "張총재가 적십자사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단국대 운영하듯 하려 한다" 고 비난하고 "중요한 시기에 그만두면 한적이 곤란하다" 고 말했다.

張총재와 한적측은 "朴총장이 오는 30일 사퇴할 것" 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본인은 이를 부인하며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 조기 수습 필요=이대로 가다가는 당사자들은 물론 한적이 큰 상처를 받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낙하산 인사' 로 반발을 산 張총재가 ▶월간조선 인터뷰 파문▶도피성 방일(訪日)에 이어 이번 일로 점수를 잃었다는 지적이고, 朴총장도 임명권자에게 항명(抗命)한 것으로 비춰져 모양새가 좋지 않다.

내년 초 이산가족 서신 교환 등을 앞두고 터진 사태에 한적은 물론 정부 당국자들도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조기 수습' 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시기에 적십자 회담 수석대표를 교체하는 것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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